“70~80년대 과거로의 추억여행”

[이 곳 한 번 가봐!] 배움의 박물관, 제주교육박물관 문방구 밖 고무신·사이다병 모아 놓은 모습 인상적 가방·도시락·운동회 머리띠·콩주머니 발길 붙잡아

2019-04-18     차의성 기자
제주교육박물관전경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운다. 배움의 박물관, 제주교육박물관이 제주시 이도2동에 있다. 재미없는 이름에 낡은 교과서들이 켜켜이 쌓여 있을 줄 알았다. ‘박물관’이라는 단어에 질겁하지 말자.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곳에서 뭐 하나는 독자들의 마음에 들 것이다.

입구 오른쪽으로 옛 교과서를 활용한 소담한 엽서를 무료로 배포 중이다. 관광지마다 보이는, 구색도 안 맞는 기념품 보다 훨씬 의미 있다.

옛 교과서를 활용한 기념엽서

 

1층 전시실 사이에는 ‘추억의 거리’가 있어, 60~70년대의 만화방과 문방구를 재현해 놓았다. 창문으로 전시된 만화책 표지라도 볼까 한참을 기웃거렸다. 문방구 밖 고무신과 사이다병을 모아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2층 전시실 사이에는 ‘추억의 교실’이 있어, 옛 교복이나 조선시대 장군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층부터 3층까지 4개의 전시실이 있고 각 전시실 앞에는 초·중 학생용 활동지가 있다. 활동지만 봐도 전시실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 알 수 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유물들

 

각 전시실을 돌면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 유물은 전시학생증, 초등학교 때 썼던 가방, 도시락, 운동회 머리띠와 콩주머니, 고등학교 때 썼던 교과서 등이다. 아픈 역사를 겪었을 어린 학생들이 안쓰러웠고 학창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유물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이 밖에도 아이들이 손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간간이 의자가 있어 부모들은 앉아서 아이들에게 넉넉히 시간을 줄 수 있다. 10년 후 나에게 보내준다는 피그말리온 편지함도 있으니 이 기회에 손편지를 써도 좋겠다.

야외 전시장도 오밀조밀 볼 거리가 많다.

 

박물관 밖으로는 야외 전시실이 있다. 고인돌, 동자석, 전통 초가와 통시까지 다양하고 오밀조밀하다. 날씨 좋은 날은 초가집 마당에서 투호도 하고, 널도 뛸 수 있다.

박물관이라면 질색인 사람들에게 팁을 준다면,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된다. 천천히 걸으며 눈길을 끄는 것이 있으면 자세히 보고, 그렇지 않으면 맘 편히 지나면 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구가 생각난다.

비오는 주말, 아이들 데리고 갈 곳 없는 부모들과 짧은 시간에 제주의 전통과 역사를 알고 싶은 관광객들에게 추천한다. 이른 개관시간도 강점이다. 게다가 무료다. 오전 9시 열어 오후6 시에 닫는다.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날, 임시공휴일은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