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땐 다들 어머니한테 잘해주지 못했다”

제47회 어버이날 특집 허신화 할머니 인터뷰 외손자 선물한 카네이션 자랑 "오늘 아니라도 부모님 생각나" 제주 백년 역사와 함께한 기억

2019-05-08     박세인 기자
허신화 할머니

89살, 막내로 태어나 고생도 해보지 않았다는 그녀는 이제 외손자에게 받은 카네이션을 자랑하는 할머니가 됐다. 8일은 제47회 어버이날이다. 올해 어버이 날 기념식 테마는 '늘 받기만 한 사랑, 어머님, 아버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이다. 어버이가 주인공이 되지만 자식들이 조연으로 필요한 날, 용담1동에 사는 허신화(89) 할머니를 만났다. 

“한 살 줄여줘. 31년생이지만 32년생으로 한 살 줄여줘”
곧 백세가 다 되가신다는 말에 허신화 할머니의 답변이다.

어버이 날 기념식 행사는 어느 축제를 가도 똑같다. 의례하는 정치인들의 축사와 노래자랑 그리고 먹기다. 허 할머님께 오늘 행사소감과 다음 해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냐고 묻자 “오늘 착한 사람들 다 상도타고 사람들이 한 국수니 맛있다. 모든 것들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 것이니 맛있게 먹어야지. 맛이 없더라도”란다.
  
가슴팍에 달린 카네이션은 외손자가 달아준 것이라며 곧 이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어버이날 아니더라도 어머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 우리 시대에는 다들 어머니한테 그렇게 잘해주지 못했다. 나만 살았지. 눈물이 나. 막내로 난 고생도 안했는데”라고 이야기했다.

허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학교를 다니다 해방돼서 졸업을 못했다. 그 이후에 제주에 4·3이 왔다. 4·3은 힘들다. 우리 조카, 5살 위 오빠가 총 맞아 돌아가셨다. 4·3사건하면 징그럽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허 할머니의 89년 이야기는 제주도 백년의 역사와 함께 한 살아있는 이야기였다. 

사진 한 장만 찍자는 기자의 말에 얼굴에 주름살과 틀니라고 활짝 웃는 허 할머니는 “둘째 며느리가 맛있는 거 드시라고 돈 이십만 원 보냈다”며 그 밖 4명 자식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