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술 발전의 역사인 동시에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

도민과 함께하는 인문학 ⑧ 기술, 영화를 낳다 “창작과 발명으로 혁신…관객에 새로운 경험 선사” “OTT 플랫폼 전 세계 확산…K-콘텐츠 저력 과시”

2025-11-25     김진규 기자
앉아서 세계를 여행하고 몇 번의 손가락 터치로 원하는 음식이 식탁 앞에 와 있는 시대다. 편리하고 풍요로워진 생활 속에서도 무엇인지 모를 헛헛함이 존재한다. ‘풍요속 결핍’, 인문학적 사유와 따뜻한 교감이 필요하다. 제주창조신화의 주인공 설문대할망, 얼기설기 쌓아 태풍에도 끄떡없는 돌담 등 제주 곳곳에는 선인들의 지혜와 그들이 남긴 메시지가 고스란히 남았다. ㈜제주매일은 도민 모두가 행복한 문화·복지도시 실현을 위해 제주의 역사와 제주어, 제주학교의 역사 등 인문학 활성화사업 프로그램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면서 삶을 나누고 배움으로 이어가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전하는 제주인문학을 지면에 소개해 독자들과 더 오래, 더 깊이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진 : 고병정 제주한라대학교 교수(AI융합학부 방송영상학과)가 25일 한라대학교에서 2025 도민참여 인문학 활성화 프로그램 ‘영화, 기술을 만나 예술이 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19세기 후반 기술 혁명을 통해 영화는 새로운 매체로 탄생했다. 인간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재생하려는 열망이 과학적 발명과 결합하면서 탄생한 영화는 초기에는 일상의 짧은 장면들을 기록하는 매체였다.

과거 무성영화는 소리가 없어서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줄거리를 전달했다. 자막과 라이브 연주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는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를 발명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움직이는 이미지를 기록하는 기계적 장치에 불과했지만 조르주 멜리에스는 특수효과 실험을 통해 영화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1927년 유성영화 ‘재즈 싱’의 등장은 사운드 기술이 영화의 표현력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는 할리우드 황금기로 테크니컬러 기술의 도입으로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며 영화의 미학적 표현이 풍부해졌다.

와이드 스크린과 70mm 필름은 관객에게 더 웅장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고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예술의 경지로 올라섰다.

1970년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는 ILM의 특수효과 기술과 함께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다.

1990년대 들어 CGI 기술이 본격화되면서 ‘터미네이터 2’와 ‘쥬라기 공원’ 같은 작품들은 상상 속 세계를 현실처럼 구현해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감독들에게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선사했다.

2000년대 디지털 혁명은 영화 제작을 민주화시켰다. 디지털 카메라와 편집 소프트웨어의 보급으로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으며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3D와 모션 캡처 기술로 영화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1인 미디어 시대를 만들며 영상 문화를 대중화시켰다.

사진 : 고병정 제주한라대학교 교수(AI융합학부 방송영상학과)가 25일 한라대학교에서 2025 도민참여 인문학 활성화 프로그램 ‘영화, 기술을 만나 예술이 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2010년대 중반 이후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은 영화 관람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스트리밍 기술과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관객 개개인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며 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어섰다. 한국의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며 K-콘텐츠의 힘을 보여줬다.

현재 영화 산업은 AI 생성 기술, 버추얼 프로덕션, VR과 AR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등 새로운 기술과 만나고 있다. LED 월과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버추얼 프로덕션은 제작 과정을 혁신하고 있으며 메타버스는 관객이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결국 영화의 역사는 기술 발전의 역사이자 동시에 기술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이다. 매 시대 새로운 기술은 영화인들에게 새로운 표현 도구를 제공했고 창작자들은 그 기술을 통해 인간의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고 아름답게 전달해왔다. 앞으로도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계속될 것이며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영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