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론’ 부각...‘글로벌 일꾼’·‘참신한 인물’·‘경제지사’ 등 장점 내세워
현직 우근민-전직 김태환 맞대결 땐 ‘정책선거’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

선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슈와 구도다. 차기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는 ‘세대교체론’과 ‘경제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중 일부에게 ‘내년 도지사 선거 예상 이슈’에 대해 물은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김방훈 전 제주시장은 “3김시대 종식 등 중앙정치에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듯 제주에서도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젊고 참신한 일꾼이 전면에 나서 지역발전을 선도해야 한다”며 직설적 어법으로 세대교체론을 주장했다.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장 위원장은 “항간에는 차기 도지사선거의 최대 이슈가 ‘세대교체’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으나, 이는 생물학적 나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기보다 새롭고 참신한 인물에 대한 ‘대망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택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경제문제는 우리 생존의 문제이자 저를 포함한 도민들 모두가 깊이 생각해야 할 과제”라며 “내년 선거는 ‘미래 제주 먹거리’를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이 누구냐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근민-김태환 맞대결 성사되나
세대교체 이슈와 맞물려 후보구도가 어떻게 짜여질 지도 관심사다. 내년 도지사 선거 후보구도와 선거전 양상은 우근민․김태환 전․현직 지사의 출마 및 정당 선택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 전․현직 지사 중 한 명이라도 출마할 경우 선거전은 ‘정책선거’보다는 세대교체를 앞세운 ‘이슈선거’로 흐를 공산이 크다.

후보구도와 관련해 가장 관심사항은 ‘우근민-김태환’ 맞대결 성사 여부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제주정가를 주도해 왔으나 선거에서 맞붙은 적은 없다. 이번에 동반 출마해 정당 경선 등을 거쳐 본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대결을 벌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우 지사는 내년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불출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 지사의 한 측근은 “우 지사는 이원종 전 충북지사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원종 씨는 관선 서울시장과 충북지사에 이어 민선 충북지사를 두 번 역임한 인물로 공직생활 궤적이 우 지사(관선 2번, 민선 3번)와 비슷하다. 이 씨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여타 지사 후보들을 압도, 3선 연임을 눈앞에 두고 불출마 선언을 했었다.

이 측근은 “우 지사는 지지율이 높은 절정기에서 정치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며 우 지사의 출마를 예상했다.

김태환 전 지사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보폭을 점차 넓히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제주가 잘 사는 길은 딱 하나 특별자치도를 완성시켜 국제자유도시로 가는 길밖에 없다”면서 “이 일에 적임자가 있으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지만 만일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 시점에 가서 직접 출마를 결심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도지사 선거에 나설 경우 새누리당 입당을 통해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현 도정이 순수 자력으로 중앙권한을 이양 받은 것이 단 한 건도 없다”며 “지난 3년 동안 특별자치도가 퇴색되고 중병이 들었다”고 비판하며 우 도정에 대해 각을 세웠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자신이 지사 재임 때 탄생시킨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해 정치를 재개하겠다는 뜻이 강해 보인다.

김 전 지사는 2004년 보궐선거에 당선되고 2006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6년 동안 제주지사를 역임했다.

▲동·서부 지역 대결구도 전망
내년 선거에서는 지역적 대결구도가 확연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중 전․현직 지사와 김우남 의원 등 3명은 동부지역(구좌), 김경택(한경)․김방훈(한림) 씨는 서부지역 출신이다. 고 위원장은 제주시 삼도2동 출신이다.

무소속이 강세를 보였던 제주선거 전통이 이번에도 재연될 지도 관심거리다. 민선 5기 제주도지사 선거 중 3기에 걸쳐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3기 보궐선거 때가 유일하다.
특히 차기 도지사 선거에서는 각 당의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본선 못지않게 치열하면서 유권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공히 “공천권을 국민에 돌려줘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복수의 입후보자가 있으면 경선으로 후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우 지사도 선거에 대비해 정당 입당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정당 선택은 이번 선거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선 부담 때문에 우 지사가 적어도 양대 정당에 입당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지역정가에서는 우 지사의 경우 안철수 신당이 현실화되고 그 추이를 보며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선부터 ‘빅매치’ 예상
현재까지 새누리당에서 출마 의향을 밝히고 있는 인사는 김 전 정무부지사와 김 전 제주시장이다. 제주도당 고문인 김 전 부지사는 “제주는 그동안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출 수 없는 무소속 도지사와 전원 야당 국회의원들로 인해 지역발전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라며 “정부와의 관계개선과 창조경제를 통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완성 그리고 이를 통한 제주 국제화와 고급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지사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당 부위원장인 김 전 시장은 “이제 도민이 공감하는 새로운 변화로 제주를 확 바꿔야 한다”며 “그동안의 기술․행정가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행복하고 잘사는 제주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도 새누리당 입당을 통해 도지사 선거에 나서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김 회장은 “도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돈 쓰는 제주도정이 아닌 돈 버는 제주도정으로 빨리 변화시켜야 도민들의 삶의 질 등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며 “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제주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도지사 선거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환 전 지사도 새누리당 경선 참여가 점쳐진다. 김 지사가 나서면 새누리당은 경선 과정에서부터 세대교체 공방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대교체를 고리로 후보 간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사 재임 때 시장에 임명하는 등 돈독한 사이인 ‘김태환-김방훈’ 간 관계 설정도 관심사다. 김 전 시장은 이와 관련해 “김 지사가 경선에 나와도 내가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로는 고희범 제주도당 위원장과 김우남 국회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고 위원장은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고 위원장은 제주발전 비전과 그 실현을 위한 구상에 대해 “제주도민이 행복한 제주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통․도시․복지․도우미․환경정책 등에 있어 충실한 공공복지의 실현을 목적으로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재구성하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예산의 사용이 항상 고용창출과 연계되고 도민의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우남 의원은 아직까지는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의 이종우 보좌관은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며 “김 의원이 주변에서 보다 큰 일을 맡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듣고 있고, 이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주도당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장이 유력한 점을 등을 들어 차기 도지사 도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의원의 거취 결정에는 사촌지간인 김태환 전 지사의 출마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전 지사는 “어떤 경우도 김 의원과 내가 동시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선에 가기 전에 집안에서 사전에 조율을 확실히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도민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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