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이 ‘다문화시대, 다양성이 존중되는 제주 만들기’ 20편의 기획기사를 작성하면서 마주했던 수많은 이주여성은 제주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처음 제주에 오는 이주여성 대부분은 자국 문화와 현지 문화의 차이에 따른 문화적 적응과 의사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길 것이 아니라 초기에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다문화 정책의 핵심은 상호 수용과 인정, 존중이다.제주는 전국
따뜻한 나라 캄보디아에서 온 론다비 씨는 나이를 쓸 거면 꼭 서른아홉이라고 써달라고 했다. 1982년생인 그는 “나이 앞자리 숫자가 4보다 3이 더 낫잖아요”라고 웃음 지었다. 육 남매(오빠 2, 언니 1, 동생 2)가운데 넷째인 그는 고향을 떠나기 전 7년 동안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학교 다니면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을 만큼 생활력이 강했다.그런 그가 스물일곱, 2007년 12월 어느 날 고향을 떠나 남편 오원종 씨와 함께 수산1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12월 27일에 도착했는데 날이 너무 추
‘다문화 가족’은 서로 다른 국적이나 인종, 문화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가족을 칭하는 말이다.그러나 외국인과 혼인한 한국인 배우자는 TV 방송에서 사용하는 ‘다문화 가족’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선진국 출신의 국제결혼 가족에 대해서는 ‘글로벌 가족’이라고 칭하는데 반면 동남아 출신 결혼 이민자 가족에 대해서는 ‘다문화 가족’을 지칭하는 것은 계층적으로 구분 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편견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는 다문화결혼 비중도 전국 최고다. 다문화가정은 물론 이주민과 외국
친동생에게 소개할 만큼 제주가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친동생을 제주에 사는 지인에게 소개해줘 제주에 정착하게 했다. 스물둘의 나이에 제주시 한경면에 정착한 필리핀 출신 여성 아벨루스 크리스티나(34)씨는 남편 강승한 씨와 함께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제주에 도착한 이듬해인 2009년 2월 26일 아들 강지훈 군을 낳았다. 강 군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다.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아빠 바라기’이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아들 지훈이는 아빠를 친구처럼 생각한다
조천농협 고영미 과장에게 제주에서 터를 잡고 당차게 살고 있는 이주여성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이 분은 비가 오는 날에만 가능합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베트탐 출신 고은희(37)씨는 지난 2005년 7월 제주시 조천읍에 정착한 이주여성이다.6대 독자인 남편 신윤범 씨와 함께 스물한 살 나이에 조천읍에 도착한 고씨는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일주일에 두 차례 다문화센터의 도움으로 한국말을 배웠고, 동네 ‘삼춘’들과 함께 밭일을 하면서 ‘제주어’까지 습득했다.고씨는 “제주에 처음 왔을 때 너무 외로워서 베트남과 대만 친구들에게
2006년 8월 7일, 제주시 애월읍 중산간 마을인 광령리에 처음 도착한 방금숙(52)씨는 서른여섯 제주에 도착해 지금까지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내가 농사를 지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방씨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첫해 농사를 시작했는데 손해를 많이 봤다. 그 뒤로 5~6년 힘들었는데 근면 성실한 남편 덕분에 지금은 이 근처에서는 농사 잘 짓기로 입소문이 났을 정도”라며 “다른 사람들은 수박농사를 지어 평당 5000원을 받는데 반해 우리는 7000원을 받는다. 남편이 밭에 붙어살다시피 한 결과”라고 뿌듯해했다.
마스크 너머로 짓는 미소가 보이는 듯했다. 안경을 쓴 눈이 환하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0년 필리핀에서 제주도에 온 시에라메이(36)씨는 워킹맘이다. 오전 9시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제주시청 인근 사무실로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퇴근을 하자마자 초등학교 3․4학년인 아이들을 돌보고 저녁 준비를 하기에 여념이 없다. 건설과 관련된 일을 하는 남편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2010년 5월 따뜻한 봄날 그녀가 처음 터를 잡은 곳은 남편의 고향인 함덕과 정반대인 서귀포였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그는 “한국말을
최이리나씨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식당일을 하던 중 2005년 4월, 22살의 나이에 남편과 결혼을 하고 한국으로 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인천공항까지 7시간의 비행 후 또다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였다. 그의 제주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한국말을 ‘1도’ 몰랐던 최씨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며 말을 배웠다. 최씨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시부모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대화할 친구도 없었는데 시아버지께서 한국말을 잘 가르쳐 주셔서 말이 빨리 늘었다
제주 다문화 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문화 수용성 지수가 높은 해외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대만은 역사적으로 교육과 외침 등을 통해 외지의 다양한 민족이 끊임없이 유입돼 이뤄진 이민국가다. 1980년대부터 중국 대륙과 동남아 출신 결혼이민자의 유입 증가로 ‘신주민’이라 불리기도 한다.대만의 결혼이민자 다문화정책 초기에는 결혼이민자의 국내 생활 적응에 초점을 뒀지만 점차 결혼이민자 가정의 2세대를 위한 교육지원과 양방향 교류와 이해에 중점을 둔 다문화 존중의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졌다. 전국 신주민횃불계
중도입국 청소년인 A군은 또래보다 나이가 어린 학생과 같은 교실에 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A군에게 학교생활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비자발적인 제주 정착과 미숙한 한국어로 인한 정서적 위축은 학교생활의 부작용으로 이어졌다.A군은 학교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부족 등 학교 교육과정에서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일반학생과 함께 교육을 받게 되자 교실 맨 뒷자리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다.A군은 새로운 재혼가정 가족구성원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다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진학, 진로의 불확실함 등에 두려움이 컸지만 자
코로나19에 환경도 급변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해 초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19에 일반가정들의 어려움이 있지만, 결혼 이주여성과 다문화 자녀가 마닥뜨린 어려움과 갈등은 다른 계층보다 더 크다.한국에 정착한지 오래되지 않은 이주여성 A씨는 한국생활에 적응도 못 마친 상황에서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자녀양육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게다가 남편의 고령화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업, 자녀들의 비대면 교육 등 여러 어려움으로 가정불화를 겪었다.특히 자녀들의 비대면 원격수업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면서 디지털교
제주도내 전체 초·중·고 학생 7만8900명(올해 4월 기준) 중 다문화가정 학생은 2616명(3.3%)으로 결코 낮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교생은 149명, 중학생은 439명, 초등학생은 2028명으로 다문화학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2016년 전체 8만2279명 중 1190명으로 1.45% 불과했던 다문화가정 학생은 증가하는데 반면, 도내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주목해야 할 점은 대다수 다문화가정학생이 초등학교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이러한 점에서 다문화가정과 비다문화가정 모두 공존하고 상생하는 교육 공동체를
그녀가 처음 한국 땅을 밟던 2004년 4월 1일 새벽 한국에는 가랑비가 내렸다. 을씨년스럽기도 했던 그날을 김가연씨는 이렇게 기억했다. “중국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새벽에야 한국에 도착했다. 남편과 한국 땅을 처음 밟는데 비가 내려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스물둘이던 김씨는 서른넷이던 남편 유병철씨 손을 잡고 시어머니가 거주하던 서울시 당고개로 향하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김씨는 띠 동갑인 남편을 두고 “도둑놈이 따로 없었다”고 웃음 지었다.서울에 도착한 김씨는 친구도 가족도 없었다
2008년 12월, 찬바람과 눈보라를 뚫고 가족을 뒤로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그녀의 목적지는 제주대학교. 중국 천진외국어대학교에 입학하고 1년간 한국어를 공부한 뒤 제주대학교 회계학과에 교환학생을 신청했다. 장영씨(33)는 그렇게 꿈에 그리던 유학을 위해 제주도에 발을 디뎠다.장씨의 유학은 쉽지 않았다. 제주도에 도착한 뒤에도 학원을 전전하고, 대학 교재로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해야 했다. 친구가 없으니 누구에게 물어볼 수 조차 없었다. 외로워서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들었다. ‘된장찌개’가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
“나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 날 태어나게 해준 사람. 날 위해 무언가 사 주는 사람. 그건 엄마다. 엄마는 날 위해 모든 해준다. 그런 엄마가 좋다”물메초등학교 5학년 양효범 군의 시 ‘소중한 사람’이다.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국제가정문화원(원장 임정민)은 최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다문화가족 정서지원을 위한 시 모음집 ‘최근 행복한 비움 자리에 꿈을 담다’를 발간했다.시 모음집은 다문화가족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과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제주사대부중학교 2학년 강은지양의 ‘나와 다른 너 너와 다른
캄보디아 출신 옥나리씨(36)는 소위 말하는 ‘스타’다. 제주에 이주한지 13년 차를 맞은 다문화 여성인 그는 KCTV제주방송 시스콤 ‘하이퐁 세 가족’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지난 2018년 5월 21일부터 10월 1일까지 20부작으로 제작된 이 시트콤은 당시 사회문제로 부각됐던 제주의 예맨 난민 수용 여부와 겹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평균 시청률은 4~6%, 최고 시청률은 9.3%까지 치솟을 정도로 다문화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국사회에 던졌다.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을 통해 시트콤 출연 제의를 받았던 옥나리씨는 다문화 가정
제주는 2010년 5932명에 불과했던 외국인이 2만명 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제주는 전국에서 다문화 혼인 비중이 높은 지역인데다, 다문화 출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제주에 자리를 잡은 외국인이 늘어난 이유는 결혼 이주여성이 크게 증가한 것이 한몫했다.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제주는 충남(8.6%)에 이어 전북과 함께 8.4%로 전국 두 번째로 외국인과의 혼인과 이혼 비중이 높았다.외국인 배우자의 경우 언어 소통 어려움은 물론 문화가 다르다 보니 갈등이 생겨난다.다문화가정이 급속도로 증가
국제가정문화원은 결혼이주여성 교육사업으로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과 조기적응프로그램, 애월읍 주민자치 연계프로그램 한국어기초과정의 한국어교육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외국 음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은 물론 지역주민들과 외국 음식을 시식하면서 소통도 도모한다.한국전통예술과 출신국 예술 프로그램으로 공연 봉사도 병행하며 결혼이주여성들의 역량 강화 교육과 다문화가족 간의 고충 상담도 하고 있다.이러한 교육은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하루빨리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소통에 어려움
우리나라에 오는 이주여성은 대부분 젊은 연령대의 여성이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이주여성들이 지닌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주여성에게 안정된 일자리 제공과 자녀교육, 언어. 문화이해 등에 대한 정책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해결 과제다.특히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부적응을 겪는 다문화 학생이 학교 부적응과 공교육 중도 탈락의 우려도 있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공감과 동행을 위한 다문화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제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고국을 떠나 제주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제주매일은 지난달 29일 국제가정문화원에서 ‘다문화가정 음식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이 자리에서는 일본 출신인 나카츠루 미사코씨, 필리핀 출신의 김체린씨, 러시아 출신인 베아트리사씨와 현지현씨, 중국 출신인 김정희씨와 류옌리씨, 캄보디아 출신인 옥나리씨와 솜시온씨가 함께했다.이 여성들은 길게는 20여년에서 짧게는 1년 동안 제주에 정착하면서 본인 스스로 고국을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이라고 자부한다.러시아 출신인 베아트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