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상, 주일대사와 회동서 거론…"G20 회의서 약식회담 가능성"

일본 정부가 내달 5∼6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때 한·일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한 것으로 20일 파악됐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19일 이병기 주일대사와 만찬을 겸해 가진 회동에서 'G20 회의를 포함해 가을에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때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9∼10월 중에는 G20 정상회의 외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 7∼8일·인도네시아 발리), 아세안+3 정상회의(10월9∼10일·브루나이)가 열린다. 일본 측은 가급적 가장 가까운 일정인 G20 회의때 회담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대사는 "본국에 일본의 생각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와 기시다 외무상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몰자 추도식 발언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박 대통령이 대일관계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평가했고, 이 대사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하지 않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몰자 추도식때 아시아 각국에 손해와 고통을 준 사실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는 인식을 전했다.

이 대사는 또 아베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에 담긴 일본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이 자리에는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사무차관,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 외무성의 핵심 당국자들이 배석했다. 일본 외무성의 장·차관과 담당 국장이 주일 한국대사와의 회동에 나란히 참석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 회동은 한일관계의 중대 고비로 여겨졌던 광복절 이후 첫 한·일 당국간 협의로, 한·일관계 개선의 탐색전 성격을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동에 이어 이하라 국장이 이르면 이번 주중 한국을 방문, 외교부 당국자들과 협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G20 회의 등을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동의 성사 여부가 곧 드러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G20 회의까지는 의제 등을 조율할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G20 회의때 한·일 정상 간에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정식 회담보다는 상견례 형식의 약식 회담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G20 회의때 미국과 일본의 양자 정상회담이 열릴 전망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측이 G20 회의 기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먼저 제안했고, 외교 당국간의 협의에서 미국도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두 정상은 양국이 협상에 참여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경제 및 안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때 첫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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