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9년 후 석방 가능…전략적 승리"

미국 군사법원은 21일(현지시간)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군사·외교 기밀 자료를 넘긴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미군 일병 브래들리 매닝(25)에게 징역 35년형을 선고했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포트미드 군사법원 데니스 린드 판사(대령)는 이날 군사법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매닝의 형량을 이같이 결정하고 불명예제대, 일병에서 이병으로의 계급 강등, 봉급 일부 몰수 등도 함께 판결했다.

2010년 6월 체포돼 감금된 매닝은 앞으로 32년간 교도소 생활을 해야 하며 형량을 최소 3분의 1 이상을 복역하기 전에는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다.

린드 판사는 2분가량의 짧은 시간에 판결문을 낭독했으며 구체적인 형량 산정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매닝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 재판부의 판결을 주의 깊게 들었으나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닝은 2010년 이라크에서 정보 분석관으로 복무하면서 70만건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정보 보고서와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빼내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앞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는 이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평결을 받았으나 간첩법 위반과 절도, 군 규정 위반 등 20개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군검찰은 지난주 열린 최후변론에서 매닝에게 징역 60년형을 구형했고 변호인단은 25년형 이하를 주장했다.

매닝이 미국 최대 기밀 폭로 사건을 일으키자 국제적으로도 큰 파문이 일었으며 그를 놓고 '내부 고발자'라는 견해와 '반역자'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번 사건의 재판 진행 과정은 특히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 정보 감시 프로그램 운용 사실을 폭로하고 러시아로 임시 망명한 사례와 맞물려 더욱 관심을 일으켰다.

매닝이 이날 선고 공판이 끝나고 나서 법정 밖으로 나오자 일부 지지자는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다" "앞으로도 당신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외치기도 했다.

위키리크스는 트위터를 통해 "의미 있는 전략적 승리다. 매닝은 9년만 지나면 석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의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미국 정부는 매닝에 대한 판결을 통해 (내부고발자에 대해) 본보기를 보이려고 했다"며 "그러나 매닝은 최소한의 형량을 선고 받았고, 이는 변호인단, 지지자들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닝의 형량을 왜 최소한이라고 계산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산지는 "이번 판결은 '정의'라는 개념에 깊은 상처를 줬다"며 "매닝을 무조건 석방하고, 그동안 매닝이 겪은 불법적인 처우에 대해 보상을 하며, 매닝이 폭로한 (미국 정부의) 불법 행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양심적이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그렇지만 이 같은 사실은 앞으로 수천명의 제2의 브래들리 매닝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 인권·민주주의·법치 담당 특사인 콘스탄틴 돌고프는 성명을 통해 "매닝에 대한 판결은 이치에 맞지 않게 가혹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의 사법체계는 자국의 이익이 위기에 처하자 인권을 고려하지 않고 가혹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 같은 이중 잣대는 미국이 인권이란 영역에서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매닝에게 선고된 형량은 지난 몇십년간 미국에서 간첩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사건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1991년 앨버트 솜벌리는 요르단 정보 요원에게 이라크전 증파 계획과 관련한 정보를 넘긴 혐의로 34년형을 선고받았다.

또 간첩법 위반 혐의로 해병으로는 유일하게 기소된 클레이튼 론트리는 1980년대 초 러시아 주재 대사관에서 복무하면서 당시 소련 첩보 요원을 기밀실에 출입시킨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았다가 나중에 15년형으로 감형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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