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이 탄탄한 마운드를 뽐내고 있다.

그러나 공격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투타 균형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투수진은 쿠바, 콜롬비아와의 두 경기에서 18이닝 동안 2점만 주는 빼어난 내용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엔트리 20명 중 투수 이수민(상원고·삼성 1차 지명)·안규현(덕수고·삼성 지명), 포수 안중열(부산고·KT 지명) 등 3명을 빼고 17명이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상황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 겁 없이 던진 임지섭(제주고·LG 1차 지명), 박세웅(경북고·KT 1차 지명)의 호투가 빛났다.

강속구 투수 임지섭은 비록 패전투수가 됐으나 막강 쿠바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삼진 16개를 솎아내며 넘치는 힘을 자랑했다.

박세웅은 정교한 제구를 앞세워 삼진 10개를 곁들이며 콜롬비아 타선을 7이닝 동안 0점으로 봉쇄하고 승리를 따냈다.

두 경기에서 한국 마운드가 잡아낸 탈삼진은 31개에 달한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정윤진(덕수고) 감독은 마운드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투수 운용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정 감독은 애초 임지섭, 이수민, 한주성(덕수고·두산 1차 지명) 등 3명을 선발로 기용하고 나머지 투수들을 불펜으로 투입해 승리를 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비 때문에 일정이 전면 재조정되자 컨디션이 가장 좋은 투수를 상대에 따라 맞춤형 선발로 기용하는 전략으로 수정했다.

중간 계투로 기대를 건 박세웅을 콜롬비아와의 경기에 전격 선발로 내세워 승리를 따내며 마운드 운용에 자신감을 얻었다.

경기 운영 능력이 탁월하고 배짱도 좋은 한주성을 마무리로 돌린 것도 성공적이었다.

정 감독은 8명의 투수 중 컨디션이 좋지 않은 우완 차명진(효천고·KIA 1차 지명)을 타자로 돌려 대타 요원을 보강했다.

역시 페이스 회복이 더딘 우완 유희운(북일고·KT 우선지명)을 4일 이탈리아와의 경기에 올려 기량을 테스트해볼 요량이다.

투수진은 예상대로 강세를 떨친 반면 타자들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투지와 센스를 겸비한 톱타자 김태진(신일고·NC 지명), 4번 임병욱(덕수고·넥센 1차 지명)만이 제 기량을 보일 뿐 나머지 선수들의 방망이는 신통치 않다.

한국이 두 경기에서 뽑아낸 5점 중 시원한 적시타로 얻은 점수는 2점이고 나머지는 실책과 폭투에 의한 것이다.

정 감독은 선수들의 빠른 발을 활용해 과감한 도루와 적극적인 번트로 득점 찬스를 만들고 있으나 정작 득점권에서 타선이 침묵하거나 주루사까지 속출하자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 감독은 "찬스에서 방망이를 짧게 잡고 팀 배팅을 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홈런을 날릴만한 대형 거포가 없는데다가 집중타를 기대할 형편도 못 돼 득점력 개선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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