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자-세이레어린이극장
▲ 정민자-세이레어린이극장

  미국예술연합이 발표한 기업이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10가지 이유 중에 이런 게 있다. ‘예술교육이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예술이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되고, 또한 예술은 소중한 관광자원이다’라고. 이것 말고도 일곱 가지가 더 있는데 미국예술연합의 부총장인 랜디 코언이 미국 최고 문화예술인과 지식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만든 선언문이라고 한다. 학업성적이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에서 예술교육이 학업 성취도를 높인다는 말은 허무맹랑한 말로 들릴 지도 모르겠다. 오죽해야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예체능이 거의 없다시피 할까, 음악, 미술, 체육 등도 이론공부만 잠깐 할뿐, 실제 활동은 거의 안 하고 있다. 진학에 필요 없는 교과다보니 할 필요가 없다고 치부되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도 보면 예술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학업성적도 좋고 중퇴율도 낮으며 사회봉사에도 열심히 한다고 한다. 
 
 예술은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된다. 문화예술이나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을 사고, 공연 나들이에 필요한 식대와 주차 등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예술은 소중한 관광자원이다. 문화예술이나 공연을 보러 온 관광객들은 다른 관광객들보다 더 오래 현지에 묵게 되고 그러다보니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더구나 요즘은 어느 지역이든 문화로 통한다. 지역사회와 도민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문화만 한 게 없기 때문 아닐까, 가난하고 열악한 여건이지만 지역 문화예술계는 나름 싹을 틔우기에 발악 아닌 발악을 하고 있다. 아니다. 요즘 제주사회는 다양한 문화 바람이 불고 있다. 늦었지만 제주에도 메세나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제주만의 문화콘텐츠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고, 문화 이주민들이 추진하는 지역문화 공동체가 새로운 문화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어디 이거뿐이겠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문화바람까지, 머지않아 큰 바람으로 이어질 테고 제주는 문화가 살아 꽃피우는 아름다운 섬, 세계가 인정하는 국제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출 것이다.

 사실 초등학교에 연극예술강사로 활동한지 10년이 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이들을 만나 연극수업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워도 학부모나 학교선생님들까지도 그냥 아이들이 좋아해서라는 정도로 예술교육에 대한 효과를 잘 모르신다. 아니 별로 안 믿는 눈치다. 내가 안 먹어보고 어떻게 이 음식이 맛있다고 추천할 수 있겠나? 이해는 한다. 나또한 연극을 하기 전까지는 그들처럼 생각하고 학과공부를 잘해야만 내 인생이 확 트일 거라 여기는 사람이었으니. 연극하면서 완전히 달라진 나를 보며 다들 놀라워했었다. 우선 잘 웃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무슨 일이든지 선뜻 나서서 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태도로 변했으니 말이다. 돈을 남만큼 못 벌지만 내가 좋은 일을 하고 내 인생이 재미있으니 그 에너지가 자식한테 가고 아등바등 살지만 하루하루가 값지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니 지금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아니 확신한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삶을 자극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고자하는 욕망은 누구나 꿈꾼다. 예술과 사람 사이는 공생의 사이다. 예술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사람을 위한 것도 예술이다. 사람은 예술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고 예술은 그런 사람들 때문에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이게 문화의 힘이다. 문화에는 정답이 없다. 맞고 틀리고가 없다, 그저 다름이 있을 뿐이다. 이 다름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며 숨 쉴 여유를 주는 평화로움을 준다. 정답만을 강요하는 사회, 정말 삭막하고 여유가 없는 사회다. 오늘, 문화얘기 하면서 모두 같이 가는 행복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길에 나도 한 축이 된다는 것이 내심 기쁘다. 힘들지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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