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의 공천 창구가 대조적이다. 여당에는 공천희망자가 북적대고, 야당 창구는 그만큼 한산하다.

선거에 나선 사람이 나름대로 판단하여 당선에 유리한 정당의 공천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다면 보면, 특정 정당에 사람이 쏠리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코 일반적인 일로 볼 수 없는 현상에 접하고 우리는 착잡한 심정을 어찌하지 못한다.

과거 지방정치에서 여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 적이 있었는지, 우리는 그것을 잘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거기에는 두 가지 분석이 가능할지 모른다. 우선 달라진 정치 풍토에 따라 그만큼 정치 희망자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최근 정당에 대한 일반의 감정이 크게 호전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런 분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당선택이 개인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이뤄졌다는 전제가 충족돼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최근 일련의 행태가 정치적 신념에 따른 정당 선택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바람에 편승하려는 정치적 술수의 징후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는 승리를 전제로 한 정치적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선에 유리한 정당을 선택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는 없다.

그러나 그것에만 오로지 몰두할 경우, 정당정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선거 때만 되면 이합집산하고, 대통령이 바꿀 때마다 정당이 요동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런 행태 때문이다.

정치는 또한 명분 게임이다. 또 그래야만 한다. 정치가 명분을 상실할 경우, 이미 그것은 정치가 아니게 된다. 아무리 타락한 정치일 망정 우리의 염원은 변함이 없다. 정당선택이 명분에 충실하지 않고, 일시적 바람에 편승한다면, 그 사람은 그 바람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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