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女 행방불명ㆍ경찰 '자작극 가능 커'

30대 여성이 납치됐다며 수 차례에 걸쳐 친정어머니에게 송금을 부탁하고는 행적이 묘연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납치됐다는 여성이 버젓이 현금을 인출한 장면이 포착돼 '자작극'일 가능성이 굳어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양모 할머니(83.남제주군)가 한 달 넘게 집을 나간 딸 김모씨(39)로부터 최근 "납치됐다, 빚을 졌다"며 수 차례 전화를 받고 모두 11차례에 걸쳐 1280만원을 김씨 명의의 통장으로 보내줬는데 행적이 묘연하다며 27일 오후 경찰에 신고했다.

양 할머니가 맨 처음 송금해 준 것은 지난 5일께로 딸 김씨에게 "물건을 훔치다 붙잡혀 합의를 봐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150만원을 송금한 데 20일까지 비슷한 방법으로 7차례에 걸쳐 전화를 받고 모두 480만원을 송금해 줬다.

그 뒤 24일과 지난 주말에는 낯선 남자가 잇따라 "딸의 나에게 빚을 졌으니 어머니가 대신 갚으라"며 전화를 걸어와 각각 600만원과 200만원을 입금시키는 등 최근까지 김씨의 통장으로 모두 1280만원을 송금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납치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김씨의 통장 입.출금 내역과 은행 CCTV 등을 통해 인출자를 추적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27일) 저녁 제주시내에서 두 차례에 걸쳐 김씨 본인이 인출하는 장면을 확인했으며 통장에는 230만원의 잔금이 남아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납치와 자작극 모두 병행에 수사를 벌였으나 본인이 직접 돈을 인출하는 등 여러 면을 살펴볼 때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 휴대폰 통화 내역 등을 분석, 김씨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몇 년 전에는 가족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씨가 돈이 필요해 스스로 꾸민 행동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한편 딸 김씨는 10년 전 남편과 별거해 자녀를 친정어머니 양씨에게 맡기고 제주시 등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생활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