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한국금호동물병원 수의사)

어처구니는 맷돌을 돌릴 때 사용되는 손잡이를 칭하는 말이다.
며칠 전, 노형동 S-J병원에 입원 중이던 선배 어머님이 같은 재단 병원인 J병원으로 옮겼는데 의료진은 다시 CT와 MRI촬영을 요구하여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용 진단 장비로 인한 환자들의 개인별 누적 방사선 피폭량을 기록해 보관하여 이를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여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1500개 병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 엑스레이 등을 찍은 기록을 관리해 단기간에 너무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여 국민 건강을 국가가 지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40대 뇌출혈 환자의 경우30일 동안 CT를 24번이나 찍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과잉 진료 판정을 받았다. 동네 의원에서 CT를 찍은 후 큰 병원을 찾아갔을 때 똑 같은 CT검사를 다시 되풀이하게 만드는 것이 큰 문제다. 2011년엔 불과 한 달 전에 CT를 찍은 상태에서 병원을 옮긴 50만명 가운데 10만명 가량이 옮겨간 병원에서 CT를 다시 찍었다는 통계도 있다. 한 번 검사에 수십만원씩 하는 자기공명영상(MRI)촬영도 병원을 옮길 때마다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 단층촬영이라고 하는 CT촬영은 뼈 혈관 그리고 신체 연부 조직들에 대한 영상을 X선보다 20배 자세하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진단의 혁명으로 여겨졌다. CT 검사때 인체가 받는 방사선 양은 일반 X선 촬영의 200-300배가 되어 단 한 차례 CT촬영으로도 발암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최근 제주 지역에서는 CT,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할인권이 각종 학교 체육행사나 마을 행사때 선심 쓰듯 경품으로 남발 되고 있어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한 지경이 이르고 있는데도 누구 한사람 이를 염려하지 않는다.
이러한 첨단 검사 장비로도 질병을 찾아낼 확률은 그리 높지 않으며 보통 암 조직 크기가 5mm 이상이어야 식별이 가능하다. 특히 폐암이나 유방암 등은 미세한 혈관과 세포 조직 사이에서 암세포가 자라기 때문에 영상 진단 장비로는 거의 식별이 불가능하다.
 우리 국민 1인당 의료용 방사선 피폭량은 2007년 0.93밀리시버트(mSv)에서 2011년 1.4mSv로 50% 이상 늘었다. 흉부 CT 검사의 경우 1회 검사를 하면 10mSv에 해당하는 수치에 노출된다. 게다가 ‘조영 CT' 검사의 경우는 1회 촬영한 뒤 조영제를 정맥에 주사하면서 다시 한 번 검사를 하기 때문에 2회 촬영을 하게 되어 결국 20밀리시버트에 노출된다. 복부와 골반 CT 검사의 경우는 피폭량이 더 많아 1회 촬영만으로 20mSv에 노출된다. 여기에 조영 CT 검사까지 받으면 그 배가 되는 것이다. 병원에서 행해지는 CT촬영 80-90%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양식 있는 의사들이 입을 모으지만 많은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첨단 의료 장비를 들여온 후 꼭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CT나 MRI, PET-CT촬영을 권하고 있다. 의료 소비자는 CT, MRI, PET-CT같은 방사선 진단 장비를 이용할 때 의사의 권유에 따르기보다 꼭 필요한 검사인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첨단의료장비가 갖추어진 큰 병원에 다녀오면 건강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땀 흘리는 운동을 시작하거나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건강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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