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후 시인
▲ 김관후 시인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설워라커늘 짐을 조차 지실까”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년 12월 18일 ~ 1594년 2월 7일)의 시조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현재 노인인구 600만을 넘어 2030년이면 전체인구의 4분의 1를 차지하는 초고령화사회가 될 전망이다.

과거만 해도 '나이듦'은 '철듦'을 의미했다. 시대는 변했고 '어려보임'이 더 철저한 자기관리와 시간적·경제적 부를 입증하는 척도가 됐다. 요즘은 안티 에이징(Anti aging), 동안(童顔) 열풍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안티 에이징 열풍을 그대로 두어야만 할까? 한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과 같이0 곳에서라면, 독거노인이나 독불장군이 되는 일은 쉽다. 그러나 시대정신 안에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원로(元老)가 되는 일이란 실로 어렵다.

원로는 어떤 분야에 오래 종사하여 나이와 공로가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에 원로가 존재할까? 여러분은 제주의 원로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제주원로들의 '지혜로운 나이 듦'의 궤적과 특징적 양상들은 과연 어떨까?

원로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생애사건들은 내적 성장이다. 우수한 교육을 경험한 사람들로서 일련의 '지혜로운 나이 듦'의 과정에서 교육적, 경험적 지혜를 발전시켜나갔다고 할 수 있다. 원로들의 ‘지혜로운 나이 듦’은 진정한 삶의 재발견으로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나이에 걸 맞는 행동이나 역할을 기대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보통 원로교사, 원로교수, 원로외교관, 원로기능장, 원로종교인 등으로 ‘원로’라는 말을 사용한다. 예전에는 덕망 높은 벼슬아치를 이르던 말로 사용되기도 했다. 덕망이 전혀 없고, 뇌물 등 비리에 연루되거나, 경도된 사상이 종교관에 빠진 나이든 사람을 고위공직을 지냈다 하여 무조건 '원로'라는 말을 붙여서 부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이완용을 국가원로라 할 수 없고, 전두환을 국가원로라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을 원로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진정한 나이듦'에 대해 고민하여야 한다. 노화를 긍정적인 생명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웰 에이징'(Well aging)은 그 나이까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를 능력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렸던 '안녕을 묻는 시국기도회'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을 원로라고 할 수 있는가? 밖에는 "박살내자", 안에선 "연대하자"라는 구호가 난무하였다. 어버이연합 회원이 모여 "정의구현 사제단 박살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또 '반국가 종북세력 척결' 집회를 개최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회원들을 원로라고 할 수 있는가. ‘반역의 무리가 된 반대한민국 교과서를 당장 리콜하라’는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을 원로라고 할 수 있는가?

생각을 간결하게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고 마음이 정서적이고 느림을 즐길 줄 알고 그래서 함께 나눌 수 있는 나이 듦이라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래서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말로 굳이 하자면 지혜로운 나이 듦이라고나 할까. 불란서 속담에 “앙금 없는 포도주 같은 노인”이란 표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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