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분(자연농 농부)
▲ 강성분(자연농 농부)


제주 총각과 육지 처녀가 눈이 맞았다. 육지 처녀는 NGO 활동을 하다 지친 몸과 영혼을 제주 바람에 씻어내고자 제주의 돌담길을 걷고 있었다. 그 바람이 좋아 얼마 더 머물며 귤밭의 일손을 도왔다. 야무진 그녀의 일손은 농부들을 매료시켰고 그들은 귤밭주인 아들의 배필로 그녀를 붙잡았다. 아무리 주위에서 밀어 부친들 서로 끌리지 않으면 사랑의 꽃이 필 리 없다. 그녀는 신실해보이는 잘생긴 총각에게 끌려 제주에 눌러 앉았다. 그렇다고 그녀가 그동안의 경력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하던 NGO의 배경이 제주도로 바뀌었을 뿐. 그녀는 평소에 품었던 공동체 사회에 대한 의지를 간직하고 있었다. 적응력이 뛰어난 그녀는 온지 삼년 만에 누가봐도 제주인이랄만큼 대단한 제주방언 실력을 선보이다가 현재는 마을 리사무장을 맡아 마을의 대소사를 돕고 있는데 앞으로 그녀의 활약이 기대된다. 서로 돕고 헐뜯지 않으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꿈꾸는 그녀가 제주와 사랑을 나누며 좋은 본이 되길 바란다. 마을을 살리고 공동체가 활기차려면 이렇게 젊음과 사랑이 흘러 넘쳐야  한다. 그런데 그녀처럼 강한 적응력과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제주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육지에서 온 이들의 느낌이다. 오히려 외국에서 온 신부들이 마을 사람들과의 융화도 빠르고 제주방언도 빨리 배우는 것 같다. 아마도 제주토박이와의 결혼이 원인일 것이다. 결국 사랑만한 게 없다는 증거이다. 육지인과 제주인의 화합과 사랑에 그녀의 재능이 쓰이길 바란다. 

제주는 의외로 다양성이 풍부하고 역동적이다. 육지인 혹은 다민족과의 결혼이 많아졌고  중국인등의 투자로 국제적인 교류도 더욱 활발해졌다. 바야흐로 세계평화의 섬이란 말이 어울릴 때가 온 것이다. 그런데 이때 발생하는 것이 마찰이다. 출신 지역이 다르고 인종이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될 것인지 ‘그들’이 될 것인지는 마찰을 줄이기 위한 의지와 배려 그리고 서로에게 선입견없는 관심일테다. 다행히 요즘 제주 관공서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해외이민과도 유사한 제주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기위해 전담 부서를 마련하고 이들의 솔직한 입장을 듣기 위해 간담회의를 구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움직임에 이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기대했던 제주도의 낭만적인 삶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으리라.  

우리 모두는 서로 기를 주고 받고 에너지를 나눈다. 그러나 몇 번 상처를 받다보면 서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되는데 누구든 먼저 두드리지 않으면 다시는 열리지 않을 뿐아니라 서로 헐뜯고 배척하게 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주는 결혼과 비슷하다. 처음 그곳에 대한 환상을 품고 연애하는 심정으로 왔다가 점점 단점들이 눈에 띄고 마찰이 생기면 실망을 넘어 분노하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오래 살다보면 이해하고 닮아간다. 결국 삶의 질은 경제적인 형편보다는 내 짝, 내 이웃, 우리 마을, 사회와의 연애에 달려있다는 것이 중년에 다다른 나의 깨달음이다. 지구에 달이란 짝이 없었다면 지구의 밤은 얼마나 어두웠을까. 이봄! 제주에 사랑이 넘치길 바란다. 세상에 사랑이 흘러 넘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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