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후(시인.소설가)
▲ 김관후(시인.소설가)

세월호 침몰이, 세월호 참사가 온 나라를 뒤엎고 말았다. 우리국민의 수준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은가? 참사 앞에서 모두들 무기력증에 빠져들었다.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고, 아무런 전문성도 없었고, 게다가 진실성조차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에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배를 버리고 달아난 버린 세월호 선장에 대해 ‘세월호의 악마(Evil of the Sewol)’라고 표현했다. 타이타닉 침몰 사고 이후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자랑스런 전통을 파괴하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1912년 4월10일 타이타닉(Titanic)호가 영국에서 뉴욕을 향해 출발했다.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과 승객 2,223명을 태운 항해였다. 빙산과 충돌하면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타이타닉 침몰로 1,514명이 사망하였으며, 구조된 사람은 710명에 불과하였다.

그렇지만 배가 침몰하는 중에도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며 침착하게 최후를 맞은 악단 단원도 있었다. 여성과 노약자에게 구명보트 자리를 먼저 양보하고 자신은 배에 남은 영국인 남성 승객의 숭고한 미담도 전해졌다. 스미스 선장은 탈출 명령을 내렸다.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누어주었다. 항해사는 선장에게 여자와 어린이를 먼저 태울 것을 건의하고, 선장은 승인했다. "여자와 어린이 먼저"를 "여자와 어린이만"으로 받아들여 여성과 어린이 우선의 관습을 철저히 실시했다.

1등실에 탑승한 어린이 중에서는 당시 2살이였던 헬렌 로레인 알리슨양만 유일하게 구조되지 못했으며, 2등실에 탑승한 어린이는 전원 구조되었다. 2등실에 탑승한 성인남자 승객은 168명 중 겨우 14명만 구조되어 92%에 달하는 인원인 154명이 바다에 수장되었다. 3등실에 탑승한 이민자들은 과반수 이상이 구조되지 못했는데 신분이 낮은 하인들이 많이 구조되었다. 해당 하인의 주인들이 자신의 하인을 구조하라고 승무원들에게 요구했다.

토마스 바일스 신부는 구명보트 승선을 거절하고 구명보트 승선을 도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다가 죽었다. 철강업자 벤자민 구겐하임은 자신을 따르는 하인과 함께 "우리는 가장 어울리는 복장을 입고 신사답게 갈 것이다"고 하며 시가와 브랜디를 즐기며 최후를 맞이했다. 전파사들도 끝까지 남아 전파를 보냈다. 금실이 좋은 스트라우스 노부부는 하녀 엘렌 버드에게 모피 코트를 건네주고 구명보트에 태운 뒤 함께 죽었다. 로테스 백작부인은 노를 앞장서 열심히 저었으며, 승객들과 선원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는가?

'세월호'의 세월은 '세상 세(世)'와 '넘을 월(越)'을 쓴다. 그래서 세월(世越)은 '세상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구원파'의 교리인 속세(俗世)를 벗어나 구원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초월해서 그런 사고도 초월하자는 것인가? 대형사고를 벗어나서 어디로 도망이라도 치자는 것인가? ㈜천해지는 하늘(天), 바다(海), 땅(地)을 합친 단어이다. 그렇다면 하늘 바다 땅을 합쳐서 주검을 몰고 왔는가? 회장의 익명 '아해'라는 이름도 이스라엘인들이 하느님을 부르던 고유명사인 '야훼(Yah weh)'를 변경시킨 것이란다. 그렇다면 회장이 야훼라도 된단 말인가? 너무 참담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이토록 부끄럽고, 통탄할 수가 있는가? 세월호의 침몰은 바로 대한민국의 침몰이 아니고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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