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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의 공천자가 결정되면서 예비후보자별로 공약이 나오고 있다. 하나같이 우리 고장의 현안들을 나열하고 있다. 이제 선거가 본격화되면 더 많은 공약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공약은 항목의 나열에만 있지 않다. 그것을 실천할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 하는 문제는 두 말할 필요가 없고, 실현 가능성과 현실 적합성이 있어야 한다. 장기적인 비전과 단기적인 시책을 나눠 제시하되, 그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일반적인 실현 가능성과 현실 적합성이 없는 공약은 한낱 공약(空約)에 불과하다. 실천할 의지와 능력이 없으면서도 장미 빛 단어를 나열하여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것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공약은 선거의 액세서리 정도로 생각해 왔다. 공약을 만들어 발표한 당사자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 모두 ‘으레 그러려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쟁점을 구체적으로 부각시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을, 모든 출마자들에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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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도민의 위상(位相)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이며, 제주 개발의 진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과연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대답이 철저하지 못할 경우, 그 어떤 공약도 공약으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

첫째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관한 문제다. 우선 그것이 지금 우리가 선택할 최선의 것인지 그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주 도민의 위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그것도 살펴야 한다.

만일 그것이 우리가 선택할 최선의 것이라면, 공연히 거창한 내용만을 나열할 것이 아니라,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그것과 함께, 제주 도민의 ‘주체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둘째 지역의 산업구조 조정에 관한 문제다. 관광산업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이유하나로 그것으로의 이행을 재촉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소견을 밝혀야 한다. ‘1차 산업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 고장의 지역경제의 구조를 어떻게 설정하여 나가는 것이 좋은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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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환경보존에 관한 문제다. 아무리 개발의 개념에 보존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개발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으로 표현되는 환경은 파괴되기 마련이다. 개발과 환경보존을 조화롭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이며, 중산간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넷째 지역 주민의 개발능력을 촉발시켜 나가는 방안에 관한 문제다. 이른바 ‘국제자유도시’가 강조되는 만큼, 제주 도민의 ‘주체성’도 똑같은 비중으로 강조돼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로서는 모든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이러한 4대 현안은 중요하다. 각 출마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선동적이고 감각적인 이야기만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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