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시인.前 초등학교 교장)
▲ 김광수( 시인.前 초등학교 교장)

 

 내가 잘못한 일에 대한 일로 나를 욕하며 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그러려니 생각할 수 있는 사항이다. 자각한다고 할까 반성한다고 할까 그러한 시간이나 과정을 겪어야만 내부에서 정리되지 않았던 일들이 정리된다. 이때는 서성대던 상상으로 누군가는 마음을 진정시켜 주고 또 그로인해 마음이 진정된다. 
 나를 안정시켜주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 없이 달려온다. 이러한 일들의 연장선이라 할까 매듭 된 인연들이 곧 삶이 아닐까 한다. 한 걸음 내 딛는 발자국이 길에 자취를 남길 때에는 혼자가 아닌 여럿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도와주는 주체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비쳐지거나 영향을 끼치게 하는 것은 칭찬하게 하거나 욕하게 하는, 그리고 안정되거나 그러지 못하게 하는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비 내리는 날엔 그런대로 비를 본다. 빗물이 모여 땅 위에 길을 만들며 간다. 졸졸 조용히 갈 때는 귀엽고 착하다며 칭찬을 한다. 난폭하게 달려가며 험한 길을 만들며 갈 때는 길의 파괴자라고 욕을 한다.    바람을 볼 때도 있다. 바람도 길을 닦으며 지나간다. 솔솔바람엔 칭찬하지만 폭풍에겐 욕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사항은 있다. 남에게 심한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고난의 길을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욕하지 않는다는 아량쯤은 베푼다.
 나도 땅을 밟으며 길을 다녔다. 바람처럼 앞을 가르며 길을 다녔다.   비단길 만들며 다녔을까. 험한 길 만들며 다녔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인식이 덜 되어졌던 소견들이라 바로 못 펼 수 있게 되니 부족한 추억이며 남에게도 욕을 못할 처지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다 인생은 고달프다 인생은 초로다 하니 그래서 인생은 길에서 헤매기도 한다는 것이며 또 그렇게도 하여 왔으니 맞는 말이다.
 안개 속 길을 헤쳐 나오듯 한 삶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러기에 자신에겐 욕하고 아픔만 친구로 삼고 지낸 셈이다. 그러나 안정과 불안정이 되풀이 되는 삶이라도 안정되길 바라면서 다시 새 출발하며 사는 삶이니 보람 있어 사는 일이라 여긴다.
 여기도 낮은 소리, 저기도 낮은 소리, 조용한 세상 조용한 분위기에서 안심하고 뜻대로 일하라고 안정시켜 주는 환경이 있다.
 너무 조용하다고 한 마디 하려다 외려 제 모습 들킬까 그만두고 숲에 숨어 노랗게 익어가는 오이를 상상하면 또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너무 안온하거나 침울한 분위기에만 잠기는 것도 안정감을 이루려는 정서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조금은 더 쾌활해지고 활기차질 필요가 있겠다. 
 어쩌면 좋은 상상도 안정감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조조(早朝)에 커튼 걷고 앞을 내다본다. 저편은 아직 안 보여도 눈부신 아침 해가 상상된다. 심중을 깨우는 조망(眺望)! 아름드리나무들이 보인다. 평온함과 하루가 맑겠다고 희망을 준다.
  삶의 현장에는 화 트인 희망적인 터전이 있고 꽉 막힌 절벽도 있다.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의 벽을 슬기롭게 허물어야 할 것이다.
  어휘나 단어 하나만 읽거나 들어도 그 광경이 연상되어 펼쳐지는 모습들은 자신의 과거를 상상하거나 현재의 상황을 연계하여 내 모습을 조명하게 된다. 고향 어머니 아버지 아내 남편 형제자매 자식 이웃들이라는 말을 되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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