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 김영환(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교자채신(敎子採薪).
자식에게 땔나무 해오는 법을 가르치라는 의미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근본적인 처방에 힘쓰라는 고사성어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 나라의 어떤 아버지가 하루는 아들에게 땔나무를 해 오라면서 “너는 여기서부터 백 보 떨어진 곳 있는 나무를 먼저 해오겠느냐? 아니면 힘이 들더라도 백 리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를 먼저 해오겠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당연히 “백 보 떨어진 곳의 나무를 먼저 해 오겠다”하니 아버지는 “가까운 곳의 나무는 언제든지 해 올 수 있다.
하지만 백 리 떨어진 곳의 나무는 누구나 해 가도 되니, 다른 사람이 먼저 해 가기 전에 먼 곳의 것부터 먼저 가져와야 우리 집 근처의 땔감이 남아있지 있지 않겠니” 라고 말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사려 깊은 뜻을 이해하고 땔나무를 하러 먼 곳으로 떠났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초·중·고 공교육의 과정이 대학 입학을 위한 순위경쟁 그 자체이고, 아이들만의 경쟁이 아닌 부모의 경쟁이기도 하다.
더욱이 특목고까지 만들어 일치감치 순위경쟁을 가속화하니 선행학습이 필요하고 돈의 힘이 더 필요해지는 사회다. 명문대 입학여부가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재력에 달렸다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그런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과연 인재를 제대로 가려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마치 우리 아이들 모두를 학자로 키워내려는 듯 영문학자에게도 요구되지 않는 수준의 영어시험과 평생에 한 번 써보지도 못할 수학문제를 푸는 아이들, 대학교수도 풀지 못한다는 어려운 시험으로 대학입학 서열을 가린다.
우리 부모들은 수능시험이 아이들 평생의 삶의 질을 결정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그저 끌려 갈 뿐이다.
불필요한 경쟁이 점점 가속화 되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 말이 되고, 명문대를 나와도 별반 다르지 않는 학력 인플레 사회를 아무도 원하지 않으면서도 남들도 그러니 나 또한 어쩔 수 없다며 합작하는 형국이다.
우리 아이들은 본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All children are born in artist” 모든 어린이들은 예술가로 태어난다는 피카소의 말이다.
그런 우리 아이들의 다양하고 무한한 재능이 획일화된 평가시스템 덕분에 사라지고 있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조차 혀를 내두를 영어 실력과 아인슈타인도 풀어 보지 못한 수학 문제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경쟁에서 뒤졌다고 사회에서도 뒤질까? 결코 그렇지 않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줄 아는 대신 보다 중요한 다른 것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세상은 곧 눈치 챌 만큼 실질적이다.
  불필요한 학력경쟁을 만들어 내는 교육시스템에 우리 아이들을 그대로 내보내야 할까?
학력경쟁에서 평가할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의 재능, 가깝고 쉬운 방법을 택하기보다 먼 곳의 땔감을 해 오느라 당장의 성과는 미미해도, 목표를 세우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이미 세상은 학력보다 인성과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한다.
남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키워주고, 하고 싶은 것을 시도조차 못하게 하는 것보다 타고난 재능을 찾아 주려 함께 애쓰자. 출발이 늦어도 인생행로의 긴 여정으로 보면 결과는 다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데 교자채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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