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식(한국농업경영인 제주시연합회장)
▲ 문근식(한국농업경영인 제주시연합회장)
장마 오기 며칠 전, 매실, 팔삭농장 나무들 사이에 장콩, 콩나물콩, 검은콩들을 파종했다. 검질을 키우느니 콩이라도 심겠다는 어머니의 뜻이다. 어머니는 매년 그 콩으로 된장도 담그고, 콩나물도 키우고, 밥을 할 때도 넣는다.
우리농장 군데군데 참깨, 보리콩, 유채, 보리 등을 키우는 것은 어머니의 유일한 소일거리이며 낙이다.
어머니의 농사법은 수확한 작물 중 제일 튼실한 녀석들을 골라 놓는 것이다. 이듬해 파종할 종자이다. 어머니는 가장 촌스러운 농사꾼의 기본에 충실하시는 것이다.
문득 우리가 수확한 작물 중 종자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작물은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자가 채취한 종자를 사용하는 작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농작물들은 파종할 때마다 씨앗을 구입해서 사용한다. 자가생산한 종자는 결실이 안되거나 수확량이 좋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벌써 알고 있다.
요즘 텃밭을 일구는 도시민들이 많아졌다. 배추나 고추를 수확하다 미처 수확하지 못해 자연스레 꽃이 핀 씨앗들을 다시 파종해보시라…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렇다면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문제는 종자회사들이 판매하는 씨앗은 F1(잡종1대) 품종으로, 다음 해 씨앗의 수확을 보장하질 않는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씨앗이 한 번 밖에 발아할 수 없도록 막아놨기 때문에, 1차 수확은 할 수 있지만 씨앗을 수확해 이듬해 파종을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농민들은 해마다 종자를 구입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종자값은 얼마정도나 할까? 검색해보시면 알겠지만 예를 들어 고추인 경우 1200개에 4만원에서 8만원정도 한다.
그 작은 고추씨 한개에 30원에서 60원정도이니 금값보다 훨씬 비싸다.
1997년 IMF 당시, 국내 종자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외국 종자 대기업이 우리 농촌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2011년 동부팜한농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채소 종자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52.3%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외국 종자 기업의 잠식은 농촌에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WTO가 TRIPs(무역관련지적재산권) 협정을 통해 생명체나 유전자도 특허로 인정해 종자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만들었는데, 그 결과 연간 2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외국 종자 기업에 로열티로 내고 있고, 매해 상승하고 있다. 기업이 ‘지적재산권’ 또는 ‘특허’라는 이름으로 씨앗에 대한 권리를 농민에게서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서도 여성농민회회원들이 몇년전부터 토종종자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였고, “제주도 우영엔 토종이 자란다”를 발간도 했다.
제주여성농민들이기에 가능한 농민운동이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바로 내 누이요, 누나며, 형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SNS를 통하여 KBS스페설 제작팀이“종자,세계를 지배한다”를 발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 기회에 토종 종자를 자가 생산하는 농가들을 발굴해 종자은행을 만들어 증식 보급하는 정책들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우리종자를 지키고, 개량하고 보존하는 일이 과연 촌스러운 것일까?
견주어 얘기하자면 중국자본에 팔려나가고 있는 제주의 땅들!
영주권까지 주면서…
IMF때 팔려나간 우리의 종자회사들과 무엇이 다른가?
지금은 달콤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개발과 개방 그리고 자본유치라는 말들을 하지만 훗날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그들이 다가와 이빨을 드러내며 우리를 지배하지는 않을까? 라는 우려를 해보는 아침이다.
“죽을때도 씨앗주머니는 차고 죽어라”는 제주 속담을 늘 말씀하시는 어머니. 난 촌스럽지만 어머니처럼 살고싶다… 역시 난 촌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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