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이 만난 사람 27]한국화가 조기섭

조기섭 작가.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보통 30대 중반에 접어든 작가들에게는 '신진작가' 또는 '청년작가'라는 호칭이 따라붙는다.

학원 강의만 해도 빠듯할텐데,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별빛누리공원이 주관하는 강의에도 출강한다. 그렇다고 작품 활동을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화가 조기섭(사진)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1일 오전 그가 원장으로 있는 '미루나무 꼭대기 창작소'에서 만났다.

'미루나무꼭대기 창작소'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름이다.

"제주도에는 미루나무가 없어요. 서울에서 봐왔던 미루나무는 정말 곱고 높았어요. 집안사정으로 제주에 다시 내려온 후 창작소를 열기로 결심했죠. 그때 제 나이는 27살이었죠. 저는 창작소가 아이들에게 '미루나무'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랐어요. 미루나무에서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있을 장을 제공하고 싶었던 겁니다."

창작소를 열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인들은 그에게 "이런 방식의 수업은 참신하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단다.

그가 창작소를 찾는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발적 참여'. 창작소는 모든 것을 학생 스스로가 생각하고 실천하게끔 한다. 전시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시기획에서부터 초대장까지… 모든 걸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존 '미술학원'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는 학원 강의에서부터 미술과 관련된 여러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여기에 작품 활동도 꾸준하게 한다. 4번의 개인전과 10번의 단체전이 이를 증명한다. 어떻게 이 모든 게 다 소화 가능한 지가 궁금했다.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면 가능해요. 잠 잘 시간을 조금만 줄인다면 그 시간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어요. 저는 주로 오후에 수업이 있기 때문에, 오전 시간은 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죠. 무엇보다 아직은 젊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요(웃음)"

'원장'조기섭이 아닌 '작가' 조기섭의 작품세계는 어떨까. 그는 뚜렷한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제주의 풍경'을 주 소재로 골랐다. 약 7년 후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풍경 등이 바뀌기는 했는데, 뭐가 바뀌었나 싶었단다.

그는 "제주에 개발이 많이 되고 있다. 나는 개발이 옳다 그르다를 평가 내리지는 않는다"며 "다만 제주에 다시 내려와서 보니 이런 부분이 이슈화되고 있다는 부분을 작품으로 언급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금이 되고 싶은 말'과 '먹빛의 순간', '보다'등이 자신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작가'조기섭의 계획을 물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구 한국화가들의 모임인 '동질성전'이 있는데요. 오는 8월 제주에서 관련 전시가 열립니다. 9월까지는 팩토리 소란에서 제 개인전이 열리고요. 12월에는 영국으로 건너가 전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패기 넘치는 작가 조기섭. 그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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