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 코 앞인데 정체 '모호'

제주도가 제95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야심차게 제작 중인 ‘제주 응원가’가 체전용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체전이 불과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응원가의 실체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데다 구체적인 활용계획 조차 마련되지 않아 ‘용두사미(龍頭蛇尾)’로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전국체전을 앞두고 도민의 결집력과 자긍심을 높이고 제주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각종 체육행사 등 제주를 대표하는 발대식 및 경기응원 등에 활용하기 위해 ‘제주 응원가’를 제작하고 있다.

응원가는 재일 한국인 2세인 양방언씨가 무상으로 곡을 제공함에 따라 전국단위로 가사를 공모했으며, 제주도는 지난 달 18일 서울시 서대문구 현상길 씨가 제출한 ‘승리의 찬가’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애초 제주도는 지난 달 ‘승리의 찬가’ 제주응원가 녹음과 CD 제작을 마친 후 이번 달 초부터 도내 학교와 체육단체 등에 배부해 활용하기로 했으나 제작이 늦어지며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는 현재 서울의 한 회사에 3000장의 CD제작을 발주한 상황으로 오는 24일쯤 제작이 완료되면 일선 학교와 체육단체 관공서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불과 체전 한 달 전에야 도민 사회에 제주응원가의 실체가 공개되는 셈이다.

행정주도로 추진되는 응원가 제작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도내 한 문화예술 관계자는 “지역응원가로 알려진 ‘부산갈매기’나 ‘비 내리는 호남선’ 등은 해당 지역의 두터운 프로야구 팬층의 형성으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와 달리 인위적으로 응원가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일정에 쫓기는 것은 물론 대중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채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응원가 제작을 위해 양방언씨 측과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시간이 지체됐다”며 “전국체전이 끝난 이후에도 도 단위 체육대회나 각종 행사시에 제주 응원가를 적극 사용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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