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곶자왈 만든 병악 분출 불과 기원전250년 이후
일출봉도 4500년전 형성 '신석기 제주인' 목격 예상

10월1일 자 지면 개선을 통해 새롭게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는 ‘세상을 보는 맑고 바른 창’ 제주매일이 제주도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어제 조상들이 살아왔고, 오늘 우리가 살고 있고, 내일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너무나 소중한 제주땅, 그러나 ‘소중하지만’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공기처럼 그 가치를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제주 땅 이야기를 제주매일이 제대로 풀어가겠습니다. 전문분야는 전문가가 맡아야 하는 것처럼 이 코너는 제주 땅을 너무나 잘 아는 제주지질연구소장인 강순석 박사가 직접 ‘취재’하고 작성하는 만큼 깊이 있고 재미 있는 구성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살아 움직인다는 제주화산의 이야기를 비롯해 제주의 아이콘이자 선인들 삶의 현장이기도 했던 368개 오름이 형성된 과정, 용암이 흐른 돌밭이었기에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았기에 역설적으로 새로운 생명을 키울 수 있었던 ‘제주의 허파’ 곶자왈의 가치 등 ‘제주도 바로알기 프로젝트’ 제주 지질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많이 기대하고 성원해 주십시오.

▲ 신양리층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4500년전에 분출)

 

신석기시대 화산활동 기록

활화산이던 일본 나가노(長野)현 온타케산(御嶽山·3067m)이 지난달 27일 갑자기 폭발했다. 분화에 대한 예고가 없어 당시 아무런 준비 없이 화산 정상부를 오르던 수많은 등반객들이 화산재 폭풍에 희생을 당했다. 문제는 화산학 연구에서는 세계적으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화산과 지진의 나라 일본에서 최근 몇년간 잇따라 화산재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그 예측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福島)현에서는 해안선을 따라 지진 해일(쓰나미)의 파고를 막기 위한 방어벽이 마치 제주 해안의 환해장성과 같이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전 발생한 실제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일본은 현재 전국적으로 지진과 화산 예보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어떤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전국적으로 연결된 온라인 시스템을 통하여 국영 NHK-TV화면에 어느 지역에 진도 몇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지진 해일의 가능성은 없는 지를 예고하는 자막이 자동으로 뜨게 되어 있다.

이번 온타케 화산의 경우 사전에 어떤 예보도 없었다. 화산과 지진을 연구하는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 지구 내부의 활동적인 사건에 대하여 신속하게 대처하여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저지진에 의한 지진 해일로 수만명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광경을 TV로 보면서 느꼈던 공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도대체 이렇게 화산과 지진을 예지할 수 없다면 학문적 연구는 결국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어쩌면 과학적 연구의 한계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화산섬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 제주에서 화산에 대한 예측 관련 연구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루어진 적이 없다. 도내 화산활동에 대해선 이미 약 1000년 전에 마지막 분화 기록(서기 1007년)이 남아 있을 뿐, 현재 활동적인 화산이 없기 때문이다. 화산활동을 직접 본적이 없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제주인들에게 화산에 대하여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화산을 제주 땅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제주사람들은 화산활동을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거 제주인들의 삶은 한마디로 ‘화산과 같이한 삶’이었다. 만약 지금부터 약 2000년 전인 기원을 전후한 시기에 화산활동이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예상컨대 고문헌에 기록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최근 제주 화산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논문으로 보고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병악현무암 하부의 고토양층

‘안덕곶자왈’은 병악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가 화순해수욕장까지 흘러가면서 형성된 용암숲이다. 곶자왈 인근 마을에서는 화순곶 또는 덕수곶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병악오름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채석장에서 용암류 아래에 약 1m 두께의 붉은색을 띠는 고토양층이 분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병악오름에서 용암이 분출하기 이전에 지표면을 이루고 있던 퇴적물이다. 당시 주변에 자라고 있던 나무의 흔적인 탄화목이 많이 박혀 있는 것이 관찰된다. 이 탄화목에 대한 탄소동위원소 측정 결과, 하부에서 7400년 전, 상부에서 2250년 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즉, 이 고토양 속에 포함된 탄화목은 지금부터 약 2250년 전, 다시 말하면 기원전 250년쯤에 살고 있었던 나무의 화석인 것이다. 그 후 병악오름이 폭발하여 용암을 분출하며 안덕 곶자왈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결국 병악오름은 결국 아주 젊은 화산체이며 대략 기원전후한 시기에 폭발한 화산이라는 사실이다.

사람 발자국 화석이 찍혀 있는 송악의 하모리층에 대한 연대측정치는 지금부터 3600년 전이다. 기원전 1600년 전인 신석기시대 후기에 해당한다. 송악산은 이 시기 얕은 바다 속에서 폭발하여 만들어졌고 사계리 사람 발자국 화석은 당시 이 곳 해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것이다.

성산일출봉의 퇴적층인 신양리층의 조개껍데기를 분석한 결과 지금부터 약 4500년 전으로 발표됐다. 기원전 2500년 전으로 중기 신석기에 해당된다. 성산일출봉도 당시 바다 속에서 격렬한 폭발로 만들어졌다.

한편 제주에서 행해진 고고학적 연구 성과들은 더욱 흥미롭다. 제주에서 고고학적 발굴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바로 이 시기인 중기 신석기에서부터 제주도 각처에서 유적과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 시기에 제주 곳곳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는 말이 된다. 바로 이때 성산일출봉이 폭발한 것이다. 아마 이들은 당시 해안선인 인근의 오조리 마을에 서서 경외의 눈으로 화산분화 과정을 직접 목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1만년 이내의 신석기 시대에 폭발한 오름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고산리 유적은 지금부터 약 1만년 전의 유적이다. 적어도 지금부터 1만년 전부터는 제주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결정적 증거를 제공해 준다. 제주에 적어도 1만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면 그들은 수많은 오름이 화산폭발로 만들어지는 광경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제 제주에서 탐라 1천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잃어버린 신석기시대 1만년의 역사를 되찾아야할 때다. 제주역사에서 제일 앞부분에 쓰여져야 할 상고사의 실마리는 바로 선사시대에 있었던 오름의 화산활동이다. 화산폭발을 직접 목격하고 화산과 함께 한 삶이 바로 제주 초창기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복원하는 일은 제주 화산을 바로 아는 작업이다.

 

화산학자들은 활화산의 기준을 1만년 이내에 폭발한 화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주에는 유일하게 고문헌에 1002년과 1007년의 화산활동이 기록돼 있다. 그러나 화산활동은 지금부터 1만년 전부터 무수히 이루어졌다. 어떤 화산학자는 제주에서 앞으로 수백년 내에 화산활동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행히 제주와 같은 화산의 경우 화산활동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제주와 같은 화산의 경우 지하 지질이 급격하게 식어버리는 현상이 많이 관찰된다는 사실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화산활동은 이웃나라 일본에서 보듯이 정규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 불시에 예고 없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현재 눈앞에서 확인하고 있다. 당장 우리 세대가 아니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하여 화산 예측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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