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강덕재
최근 제주농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쟁시대 도래로 제주 농산물의 경쟁자는 지구촌이 됐다. 대내적으로도 기후변화와 맞물려 제주의 상징인 한라봉이 전라남도 고흥에서 생산되고 있다.

또한, 요즈음 소비자들은 똑똑하고 냉정해서 품질이 좋은 농산물은 선택하지만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면 외면하고 만다. 상품에 대한 선택권과 판정도 소비자의 몫이다. 기준 이하의 농산물에 대해선 애국심 마케팅도 소용이 없다.

제주농업의 살길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하면서 맛있고 보기도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신선하게 소비시장에 공급하는 길이다. 그를 위해 우선해야 할 일은 교육을 통해 농업인 스스로 세상과 소통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어제의 낡은 옷을 입은 채 환경 탓, 남 탓만 하고 있다면 결코 희망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옷을 농업인들 스스로 갈아입어야 한다.

필자는 그 조용한 변화를 농업성공대학을 통해 보고 있다. 농업성공대학은 2012년 제주시와 제주농협이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제주농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운영하고 있는 농업인 교육프로그램이다. 제주시 관내 지역농협에서 6개월 과정으로 찾아가는 교육 형태로 운영되면서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농업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년 1200여명이 수료했고, 올해도 지난 5월 개강해 농업인 500여명이 7개 지역농협별로 나뉘어 이제 수료를 앞두고 있다.

그 동안 농업성공대학은 농업기술, 농산물 유통·마케팅, 생산관리, 포장 등의 분야의 권위자를 초빙, 특강과 토론을 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생산을 위한 해법 찾기에 집중했다. 자기계발, 웃음치료, 영화감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영농현장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해소, 농촌 삶의 질 향상도 추구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지역 리더들이 한데 모여 1차 산업 뿐만 아니라 지역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하면서 친목을 다져나가는 민의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낮 힘든 농사일을 끝내면 집에 가서 쉬고 싶을 텐데 오후 6시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제주농업의 희망을 보게 된다.

농업이 블루오션의 희망산업이 될지 레드오션의 사양산업이 될지는 농업인들 손에 달려 있다. 농업인들 스스로 교육을 통해 자신의 견문을 넓히고, 자기만의 아집을 버리고,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수용해야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처럼 우리 농업이 그렇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피상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나중에 돌이켜 보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될 때가 많다. 한 때 텔레비전이 보급되면 라디오는 사라질 것으로 우려했다. 컬러 TV가 보편화가 되고 고화질 대형TV 가 출현했을 때는 영화관이 모두 문 닫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 기우(杞憂)였다. 라디오도 건재하고 영화관도 건재할 뿐만 아니라 한 때 사양산업으로 여겨졌던 영화산업은 이제 환골탈태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망산업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이제 농업인들 스스로 농업·농촌을 전망이 없는 암울한 곳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고 농업·농촌은 엄청난 잠재력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블루오션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제주농업 부흥의 꿈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희망의 사과나무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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