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을 설계하다] ②장년 고용 종합대책 진단
체계적 설계 지원 ‘장년 나침판 프로젝트’ 실질적 재취업 유도 한계
제조업 보다 소규모 서비스 업종 많은 제주 ‘임금피크제’ 적용 무리

정부가 지난달 24일 ‘일하는 장년, 활력과 보람이 있는 노후’를 위한 장년 고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장년 고용 종합대책은 장년층의 고용 불안은 물론 질 낮은 일자리 재취업과 노후 걱정 등 크게 3가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 기존 대책을 되풀이한 ‘재탕’인 데다 지역 실정을 감안하지 않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이번 장년 고용 종합대책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 정부의 장년 고용 종합대책

이번 장년 고용 종합대책은 50세가 되면 개인 특성에 맞춰 인생 후반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생 이모작 설계부터 직업능력 향상, 퇴직 전 전직 지원까지 체계적으로 돕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장년 나침반 프로젝트 사업을 도입해 일정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한 만 50세 근로자를 대상으로 생애 전반에 걸친 경력을 설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서비스를 희망하는 장년 근로자는 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 전문기관에 참여하면 되고, 사업주가 생애 설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별도의 비용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50세부터 직장경력, 훈련이력, 자격증, 학력 등 개인별 생애경력정보를 망라한 ‘온라인 생애경력카드’를 구축해 퇴직 후 맞춤형 취업 알선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퇴직 전부터 퇴직 이후 경력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이모작 장려금 제도(1인당 100만원)’를 신설해 사업주가 퇴직 예정자에게 훈련·취업 알선 등 전직을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다.

기업의 전직 지원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인 경우 전직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중장년층이 전문대학 계약학과 등에서 직업교육을 받는 경우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정부의 장년 고용실태에 따르면 근로자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나이는 53세로, 준비 없이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재취업하더라도 임시·일용직 등 고용의 질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조기 퇴직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생애 경력에 대한 준비 없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데다 일자리 정보가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국민 인식이나 노동 시장의 관행이 빠르게 늘어나는 기대 수명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고, 60세까지 일하고 은퇴하는 과거의 근로 성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0대 초반 조기퇴직 관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년 60세까지 1차 노동시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 지원금 한도를 현행 840만원에서 1080만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컨설팅, 업종별 임금모델 개발 등을 적극 지원한다.

기업이 장년에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고, 직급·승진체계 등 인사제도를 장년 친화적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기업당 최대 3000만원까지 제도 설계·컨설팅 교육 등의 비용을 정부가 부담한다.

여기에 경험과 기출을 갖춘 대기업 근로자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경영·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대·중소기업 인재교류 프로그램’도 시범 운영한다.

50세 이상 근로자가 자기 계발과 건강 관리 등을 위해 사업주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한다.

특히 장년 취업 인턴제를 현행 5인 이상 벤처·창업 기업에서 5인 미만으로 확대하고, 취업 성공 패키지에 장년층 참여도 활성화활 계획이다.

퇴직 장년층의 지식·경험을 청년 및 소외계층 등과 나눌 있는 사회공헌활동 지원 사업도 올해 3000명에서 내년 55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 ‘재탕’ ‘반쪽짜리’에 불과한 솔루션

우리나라의 장년 고용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6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4.9%)을 상회한다. 그러나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근로자는 7.6%로 10명 중 1명꼴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은퇴 후 재취업을 하더라도 45.6%가 임시·일용직에, 26.7%가 생계형 자영업에 몰리고 있고, 재취업 시 임금 또한 장기 근속자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당장 2017년부터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이번 장년 고용 종합대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과거에 내놓은 고용 대책의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지역 실정을 감안하지 않아 활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년 나침판 프로젝트 사업에는 장년 근로자의 생애 전반에 걸친 경력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실질적인 재취업을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장년 근로자들이 경력 설계 문제로 인해 재취업을 할 수 없다기보다는 장년 근로자들의 경력을 연장할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대·중소기업 인재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대기업 장년 근로자가 일정 기간 중소기업에서 파견 형식으로 근무한 뒤 다시 복직한다는 방안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에 연간 108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발표했으나 기존의 840만원에서 월 20만원을 추가하는 수준에 불과한 데다 제주지역 상황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정년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에 따라 근로자는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고, 기업은 부담감과 인건비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규모 제조업보다는 소규모 서비스 업종이 많은 제주의 지역적 특성상 임금피크제를 폭넓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장년 취업 인턴제를 현행 5인 이상에서 5인 미만(벤처·창업 기업)으로 확대했지만 제주의 경우 자영업 비율이 많다 보니 제도 활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사회공헌활동 지원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시간당 참여 수당은 인상되지 않아 실제 참여 활성화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다.

강수영 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은 “정부의 장년 고용 종합대책이 지역적 특성이나 여건 반영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장년 고용 대책과 일자리 발굴, 제주특별자치도만의 지역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