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웅 편집국장
장사의 기본은 이문(利文)이다. 돈이 남아야 한다. 그래서 설령 불편하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자청해서 ‘을’이 되는 것이다. 물건이 많이 팔리면 이문도 같이 늘어야 한다. 100개 팔 때 2만원이 남았으면 200개 팔면 4만원이 남아야 한다. 장사의 기본이고 원칙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이 ‘공공연히’ 무시되는 곳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다. 도개발공사는 2013년도 삼다수 54만5683t을 공급, 174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전년도 47만7247t·1450억원과 비교, 물량과 매출액에서 각각 14.3%와 20.6% 증가했다. 물량 증가율보다 매출액이 더 늘었으니 일견 장사를 잘한 것으로 보인다.

‘함정’이 있다. 물량보다 매출액이 더 늘어난 것은 판매단가가 인상된 덕분이다. 당연한 증가다. 그 다음이 문제다. 폭증한 물류비와 홍보비다.

삼다수의 도외 물류비는 2012년 172억원에서 2013년 279억원으로 늘었다. 공급물량은 6만8436t으로 14.3% 증가했을 뿐인데 물류비는 4배 수준인 62.2%로 급증했다. 홍보비도 2012년 15억원에서 2013년 57억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종전 농심이 수행했던 광고홍보활동을 도개발공사와 광동제약이 공동 수행하다보니 늘었다는 설명이다. 아무리 그래도 1년새 물류비는 물량 증가율의 4배, 홍보비는 전년 대비 3.8배 수준이 됐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러니 남는 게 거의 없다. 2013년 단가 인상 등에 힘입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6%인 299억원이 늘었으나 실제 매출 증가효과는 절반 수준인 152억원(10.5%)에 그친다는 계산이다. 늘어난 물류비 105억원, 추가 홍보비 42억원 등 아까운 돈 147억원이 길바닥에 뿌려진 셈이다.

1년 새 달라진 것은 딱 하나다. 삼다수 유통대행업체가 ㈜농심에서 광동제약㈜로 바뀐 것이다. 2012년 12월14일자로 농심과 개발공사의 판매협약이 종료됐다. 이로써 자동연장 조항 등 ‘삼다수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일었던 ㈜농심으로부터 14년간 계속돼온 삼다수 독점 판매권을 찾아온 것이다.

삼다수의 ㈜농심에서 ‘해방’은 도민의 자존심과도 연계되면서 의미도 깊고 아주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이 없지만 이후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히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물류비용 등을 면밀히 분석, 대행업체 선정 등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고 본다. 장사의 측면에서 보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대행업체를 바꿨으면 물류비용과 홍보비용 절감 등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 데 거꾸로다.

도개발공사의 수준이하 장사마인드는 ‘프리미엄 브랜드’ 한라수에서 다시 노출됐다. 삼다수와 똑같은 물을 병만 바꿔서 프리미엄이라며 3배 가격으로 시장에 내놨다. 제대로 팔릴 리가 없다. 소비자들은 ‘짱구’가 아니다. 호박에 줄쳐서 수박이라 우겨도 다 안다.

그래도 줄은 제대로 친 모양이다. 한라수가 최근 일본에서 열린 ‘일본 굿 디자인 어워드’ 포장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개발공사는 한라수가 지난해 ‘레드닷’에 이어 올해 ‘iF 디자인 어워드’까지 석권하면서 세계 4대 디자인상 중 3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3관왕이면 어떻고 4관왕이면 무슨 소용인가. 장사에선 팔려야 ‘장땡’인데 3관광 한라수는 소비자가 찾지를 않는다. 용기 개발에만 8억원이 투입됐다는 데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1년 여 동안 매출액이 고작 6200만원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에비앙과 ‘맞장’ 뜨겠다면서도 수출 실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개발공사가 정신 차려야 한다. 큰 것을 주문하지도 않는다. 기본적인 장사만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조만간 관련 전문가가 새로운 사장으로 취임한다고 하니 기대를 해본다. 우선 물류·홍보비의 문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유통대행 업체 교체이후 비용이 늘어났다면 ‘냄새’가 나는 곳은 없는 지 살펴봐야 한다. 도감사위원회의 개입은 당연하고 도의회 차원의 ‘진상조사’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해 길바닥에 버려진 147억원, 우리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위해 쓰였다면 제주가 더욱 따스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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