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웅(편집국장)

제주항공 때문에 놀랄 일이 많다. 얼마 전엔 수수료가 문제였다. 출발시간에 늦어 여정을 변경하려니 안된다는 것이었다. “무슨 소리냐” 따졌더니 “무조건 취소 후 재발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용객들이 여정변경이라고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은 모두 취소 후 재발권이라는 설명이다.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출발 하루 전까지는 2000원, 출발 당일 이후에는 1만원이다. 저가(低價)항공이라며 수수료는 고가(高價)다.

외국의 경우도 취소수수료가 있다. 저가항공이 발달한 유럽의 경우 더욱 엄격하기도 하다. 하지만 유럽의 저가항공요금이 워낙 낮다. 대형항공사의 절반 수준 이하다. 따라서 투자의 경우 고수익을 위해 고위험을 부담하는 것(High risk, high return)처럼 이용객들도 ‘높은 편익에 따른 높은 수수료(High benefit, high penalty)’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제주항공은 아니다. 성수기의 경우 대한항공과 요금 차이가 12%포인트에 불과하다. 유럽 항공사의 저가요금 체계는 외면하면서 소비자에게 돈을 떼어가는 ‘수법’만 배웠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나는 격이다.

제주항공의 다른 놀라움은 ‘잔머리’다. 제주항공 요금표를 보면 헷갈린다. 제주항공이 홈페이지에 표시한 금액들은 모두 유류할증료(9900원)+공항이용료(4000원)가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래서 대다수 이용자들이 ‘가격 착시’를 경험한다. 아시아나의 경우는 ‘착하게’ 운임에다 유류할증료와 공항이용료가 포함된 실제 결제액을 표시한다. 결국 제주항공이 보여지는 요금기준으로 싼 것 같아 결제하다보면 ‘숨겨져 있던’ 1만3900원이 붙어 아시아나보다 비싸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야말로 “속지말자 위장요금, 상기하자 1만3900원”이다.

2005년 1월25일은 제주항공 설립일이다. 이날 제주도민들은 “제주항공 만세”를 외쳤다. 60년 전 광복을 맞아 외쳤던 “대한민국 독립만세”만큼은 아니지만 감격은 비슷했다. 대한항공 주도의 항공요금 인상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섬사람들이다. 그들이 ‘우리 항공사 가지자’며 시작한 제주항공이 설립됐으니 감격은 당연했다.

감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제주항공 정책에서 ‘제주’가 밀리기 시작했다. 계속된 증자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분이 계속 축소되며 존재감은 줄어들고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애경그룹의 지분율은 80%를 웃돈 반면 제주도는 증자에 참여 못하면서 5% 밑으로 떨어졌다.

이러다 보니 제주항공이 인천국제공항에 또 다른 둥지를 틀고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 주력해도 제주도는 말릴 수가 없다. 말려도 듣지 않는 모습이다. 제주항공의 전략이 이익을 좇는 기업의 속성상 당연하나 ‘우리 항공사’를 가지려던 제주도민들 입장에선 아니다.

제주항공은 이제 둥지를 떠나버린 새 같다. 제주에서 생명을 주고 키워줬더니 혼자서 다 큰 척 서울로, 해외로 돌아다니며 ‘제주도의 가족’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배은망덕이다.

제주항공은 ‘근본’을 알아야 한다. 그 일환이 제주기점 항공편 확충이다. 설령 돈이 되지 않더라도 제주도민 연륙교통을 위한 인프라차원에서 기꺼이 해야 한다.

이를테면 제주-광주 노선이다. 대형 항공사는 그렇다 치고, 제주항공 입장에서 한 수 아래라는 티웨이항공도 하루에 편도 4편씩 띄우는 데 제주항공은 없다. 제주-광주 노선의 항공기 좌석난은 말 안해도 잘 안다. 하늘의 별따기다.

자기를 탄생시키고 키워준 제주사람들의 이런 애로를 덜어줘야 하는데 제주항공은 모르쇠다.
경영의 합리화는 제대로 된 원가절감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야 한다. 공감 없는 수수료로 충당하려 해선 안된다. 적자 예산을 만회하기 위해 담배소비세나 자동차세 인상 등 국민들 주머니를 털어볼 생각이나 하는 이 정부의 꼼수와 다를 바가 없다.

손님이 왕이라고 하는데, 항공사는 ‘봉’으로만 보는 것 같다. 가르쳐주지도 않는 못된 것만 배우지 말고 좋은 것들도 배우는 제주항공이 됐으면 한다. 영업의 근본이자 회사 존립의 근거인 제주도민과 이용객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자’ 제주항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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