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익 편집부국장
#그림 1
“선거에 참여하시는 분과 과거 선거세력에 관여되신 분들께 당부 드립니다. 선거후의 논공행상에 대해 자기들만의 왈가왈부를 하는 것 자체가 원희룡 선거캠프에 없다는 것을 솔선수범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중략) 제 선거사무실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선거 이후 자리나 이해관계를 바라지 않는다는 백의종군의 서약서를 쓰고, 도시락을 지참하면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4월 11일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수락 연설문)

#그림 2
“사직서를 제출한 6명의 기관장을 교체해 보다 전문성과 경력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결정됐다. (중략) 원칙적으로 도지사 임기와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 도정의 교체되면 새 도정의 도정철학에 맞게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 (9월 11일 회견)

#그림 3
“저도 인사청문회 지켜봤고, 여러 분야에서 지적한 점을 매우 아프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략) 인사원칙에 있어 전문성이 제1원칙인데, 이에 미흡하지 않느냐는 지적은 뼈아프게 받아들인다.” (10월 29일 이성구 사장 임명 관련 회견)

이 정도면 ‘말의 성찬(盛饌)’이다.

도지사선거에 나서면서 “원희룡의 정치는 선거과정에서부터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드리겠습니다”라고 외칠 때 알았어야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취임 100일을 넘긴 ‘야심찬 도지사’가 인사(人事)를 할 때마다 도민들은 정말 불편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 지사가 왜 그럴까. 말 못할 사연이 있겠지’라며 애써 자위하는 도민들도 적지 않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고 싶어서다.

선거캠프 서약서만 해도 그렇다. 원희룡이니까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했다. 이른바 ‘제주판 3김(金)’에 넌더리가 난 도민들이 그 대안으로 원희룡을 선택한 것이지, 선거꾼들이 표를 모아 만든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거 당시 분위기는 ‘3김’이 출마하면 작대기를 꽂아도 당선될 것이라는 농이 회자될 정도였다. 결국 지금까지 누구도 기록하지 못한 60% 득표율로 도지사가 됐다.

그런데 취임 이후 인사판만 열면 엉망이다. 인사가 ‘블랙홀’이 됐다.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원희룡은 오간데 없다.

무엇이, 누가 그를 흔들면서 나락으로 내 모는 것일까. 물론 1차 책임은 그에게 있지만, 그의 운신의 폭을 옥죄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인사권을 농단하면서 자신의 측근들을 곳곳에 포진시키려는 무리들의 전횡이 이미 도를 넘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구체적인 실명도 거론된다. 그들을 뒷배로 한 몇몇이 이 자리, 저 자리 되는대로 달라고 떼를 써 마침내 뜻을 이루기도 하는 모양이다.

인사가 공적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비선(秘線)라인에서 이뤄진다는 반증이다. 인사 공모가 희화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작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할 세력들이 언필칭 ‘원희룡식 개혁’을 부르짖고 다닌다.

전문성이나 경력은 쥐뿔도 없는 선거꾼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뛴다. 이들이 공통점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점이다. 능력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소가 웃을 일들이 제주사회에서 횡행한다. 참 나쁜 사람들이 만든 일그러진 단면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분경(奔競)하는 자는 장(杖) 100대, 유삼천리(流三千里)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다.

‘분경’은 인사권을 쥔 세도가를 찾아가 벼슬을 청탁하는 짓이다. 인사 뒷거래를 하다 들키면 곤장 100대에 3000리 밖으로 귀양을 보내라는 얘기니 엄벌이다.

여전히 ‘분경’에 바쁜 이들은 물론, ‘분경’을 조장하며 원 지사 주변에서 ‘수렴청정’ 흉내를 내는 A씨, B씨, C씨 등은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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