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농의 꿈이 영글다 <3> 임동익 키위 재배농가

▲ 임동익씨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서귀포시의 총 가구 수는 모두 6만5095가구이며, 이중 농사를 짓는 가구는 1만6341가구, 25.1%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즉,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농사를 짓는다.

이들의 한해 조수입은 9598억원이며, 이중 감귤이 6686억으로 70%에 이른다.

이처럼 대부분의 농가는 감귤 농사를 지으면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서귀포시도 고품질 1차 산업 명품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감귤 생산기반 현대화 및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16개 사업에 473억원을 쏟아 붓는다.

감귤은 서귀포시의 생명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감귤이 아닌 열대성 과일을 서민들의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있는 농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서 키위를 재배하고 있는 임동익씨(50).

임씨는 제주도가 2003년 제스프리와 골드키위 과실 생산에 대한 협약을 체결한 이후에 골드키위를 재배하고 있다.

키위는 봄 순이 발아할 때 서리 피해를 입으면 그해 농사는 망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그는 키위를 소득 작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재배에 힘써왔다.

8년여 만에 결국 그는 2000평(약 6600㎡) 규모의 키위 하우스 농장을 통해 억대 조수입 농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예전에는 감귤 농사로 30~40년 먹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한 작물을 가지고 10년을 못 버틴다”며 “눈을 돌려 새로운 과일 산지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라봉 재배농에서 키위 선진농으로

임동익씨는 처음부터 키위를 재배하지 않았다.

사실 임씨도 서귀포시의 대부분 농가들처럼 감귤을 재배했다.

하지만 재배 중이던 한라봉이 일부 농가의 가격 욕심에 저품질 출하와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실제로 2005년산 한라봉 3㎏ 한 상자의 경락가가 출하 초기인 2005년 10월 4만7000원을 받았지만, 같은 해 12월 1만8000원대로 뚝 떨어졌다. 이후 가격 하락이 계속돼 2006년 3월 1만원대도 무너졌다.

가격 하락이 계속되자 임씨는 애써 키운 한라봉 나무를 잘라버렸다.

임씨는 새로운 과수 발굴에 나섰다.

그 결과 임씨가 선택한 것은 열대성 과일인 키위.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추진 등으로 세계 각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다양한 열대성 과일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주위의 만류가 대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라봉을 자른 곳에 키위를 심었다. 키위를 재배하기 좋은 남원 지역의 적당한 겨울 온도와 일조량이면 새콤달콤한 키위를 생산해 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한라봉은 ㎏에 5000원 정도가 안 되면 수지타산(收支打算)이 맞지 않는다”며 “앞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 과감히 품목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신품종·신기술 우여곡절

키위(kiwi fruit)는 다래과 덩굴성 낙엽 과수이며, 원산지는 중국 양자강 연안이고 중국에서는 ‘양도(揚桃)’라고 부른다.

키위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과일 중의 하나다.

비타민 C가 오렌지의 2배, 비타민 E가 사과의 6배, 식이섬유소가 바나나의 5배가 들어 있다고 할 만큼 영양도 풍부하다.

수확한 뒤 일정 기간 익혀서 먹는 후숙(後熟) 과일이기 때문에 익은 정도에 따라 맛도 다르다.

하지만 키위는 키우는 방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아열대 과일이다.

임씨의 주위에서도 재배 경험이 있는 농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임씨는 몸으로 부딪쳤다.

키위를 심고 이듬해 3월 제주지역 겨울철 평균 기온이 높아 봄철 늦서리가 발생했다.

키위는 이른 봄 새순이 나올 때 영하로 떨어지거나 서리가 내리면 발아된 새순이 얼어 죽거나 새순 발아가 지연된다.

임씨가 재배하는 키위는 보통 3월 중순에 꽃이 피기 시작해 열매를 맺고 11월에 수확을 한다.

그래서 임씨는 키위 재배 초기 3월에 서리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장 곳곳에 드럼통 10개를 갖다놓았다.

저녁 온도가 1~2도로 내려가면 잠을 자다가도 농장으로 달려가 장작에 직접 불을 지폈다. 하지만 새순이 곳곳에서 얼어 죽었다. 그래서 드럼통 90여 개를 더 갖다 놓았다. 불을 지피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렸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자 가스 버너로 변경했다. 하지만 온도가 내려가자 가스통마저 얼어버렸다.

임씨는 “키위는 서리가 발생할 때 난방을 한다. 처음에 시작하는데 난방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서리가 내릴 위험이 있는 날은 자정에 농장으로 와서 장작에 불을 지폈다. 2~3년 동안 그렇게 연기를 마시며 생고생을 했다”고 암울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또 “안개 분무 시설이 좋다고 했지만, 해보니 서리가 잠깐 내릴 때는 지하수 온도가 높으니까 피해 예방이 되는데 계속해서 발생하면 온도가 더 낮아져 오히려 얼어버린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감귤 하우스 시설에 설치된 것처럼 난방기를 설치해 서리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해거리는 예비지(豫備枝)로

과일 나무에서 과일이 많이 열리는 해와 아주 적게 열리는 해가 교대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격년결과(隔年結果), 즉 해거리라고 한다.

임씨는 키위 재배 2년 만에 해거리를 만났다.

적과에 대한 개념이 없던 그는 피운 꽃에서 모두 열매를 맺었다.

키위나무는 힘에 부쳤고 피해가 뜻밖에 컸다. 결국 그는 2년 만에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임씨는 앞으로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할 지 그저 자신을 한없이 원망했다.

임씨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해거리가 난 그 해만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그 해를 버티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노쇠한 가지를 바꾸기 위해 예비로 남겨 두는 새 가지를 뜻하는 예비지(豫備枝)를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을 창안했다. 묵묵히 농장 곳곳으로 가지를 키워내 예비지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그는 해마다 억대의 조수입을 꾸준히 올리는 성공을 거뒀고,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농가로 변했다.

▲도전은 계속···10년 후 준비

임씨의 키위 농장을 지난 2일 찾았다.

키위를 통해 억대의 조수입을 올리는 그였지만 또 다른 작물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키위농장 옆 하우스에서 아보카도가 자라고 있었다.

임씨는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이유는 앞으로 5년 후에 제스프리와 협약이 만료된다. 그 때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앞으로 10년을 바라보며 제가 해야 할 일을 찾다가 다른 작물로 찾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보카도를 키우기 위해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해외에 직접 가서 시비법, 농약, 관리법 등이 자세히 적혀져 있는 영농기법 책을 훔쳐(?)왔다.

임씨는 “영농기법이 적혀 있는 책은 회원용인데 그것을 달라고 하니 안줬다”며 “그래서 그 회원들과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친분(?)을 쌓아 책 하나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보카도는 남쪽 해안 지역에서 감귤을 대체할 수 있을 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제주매일 고권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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