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시설 없애자 무단투기…"처리대책 등 없이 수수방관"

“한라산의 설경을 구경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왔지만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 때문에 한라산이 더렵혀지고 있는 것만 눈으로 확인한 것 같아 매우 불쾌하네요.”

9일 김모씨(36)는 세 살인 아들과 함께 한라산국립공원을 찾았지만 탐방로나 화장실 인근 등 곳곳에서 마구잡이로 버려진 페트병과 컵라면 용기, 음식물 찌꺼기 등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렸다.

김씨는 “일부 탐방객은 쓰레기가 버려진 곳을 찾아 자신이 가지고 온 쓰레기를 쌓아두고 갔다”며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를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치우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라산국립공원에서 ‘자기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시행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일부 탐방객의 비양심 행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한라산 곳곳에서 무질서 행위가 여전한 상황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한라산의 청정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 9월 ‘자기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시행해 정상 인근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쓰레기 수거 시설을 치웠다.

이를 통해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정착시켜 쓰레기 발생량을 감소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한라산에 눈이 내리면서 겨울 산행에 나선 탐방객이 급증하자 쓰레기 수거 시설이 없어진 한라산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제대로 관리·감독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이경용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부위원장(새누리당, 서홍·대륜동)은 “한라산국립공원에서 쓰레기통을 없애는 바람에 한라산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쓰레기 처리 대책을 세워야 할 관리사무소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은 자율적인 것”이라며 “탐방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쓰레기를 투기하는 경향이 있어 모니터링을 통해 어떤 방안이 적합한지에 대해 찾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매일 고권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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