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현장에서 경찰이 시위자를 강제 연행할 때 ‘구속(체포)사유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을 경우 국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집회 및 시위해산 때 막연히 이뤄져 온 경찰의 ‘작전식, 무작위적 시위진압’방식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배기원 대법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최근 고유기씨(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피고(국가)의 상고를 기각, 국가는 고씨 등 원고 10명에게 각 10만원씩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으로 고지 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전문 규정은 시위 참가자들의 체포 및 구속집행의 경우에도 해당 된다”는 1심 판결의 주문을 인용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02년 9월 29일 새벽 한진 면세점 노조원들이 제주도청 앞 광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이들 시위자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상당수 시민들을 연행했는데 이들 가운데 고씨 등 10명은 경찰이 자신들을 불법연행 했다면서 국가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지고 1인당 500만원씩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접수된 뒤 이 사건을 심리했던 제주지법 민사단독 재판부는 이번에 대법원이 인용한 사유를 내세워 체포사실에 대한 합법성은 인정한 뒤 미란다 원칙 고지의무 등의 위반을 들어 원고들에게 각 10만원씩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국가는 이에 불복,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소하자 결국 대법원에 상고, 상고기각 판결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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