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2700년전 병악오름 폭발하면서 생성
용암 화순해수욕장 중심부 가르며 바다까지 9㎞ 흘러
마그마 지나간 흔적 위에 ‘제주의 허파’ 자리잡아

안덕곶자왈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최근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지금부터 약 2700년 전 병악 오름이 폭발하면서 생성됐다. 2700년전 분화했다면 병약은 매우 젊은 화산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상상외로 젊은 연대치를 보여주고 있다.

병악오름 하류에 위치하고 있는 채석장 용암류의 하부에서 채취한 고토양을 가지고 탄소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측정한 연대치다. 이토양층은 병악오름에서 용암이 분출돼 토양층을 덮기 전 바닥을 구성하고 있던 토양이므로, 실제로 오름의 폭발은 그 후에 일어났을 것이다.

병악의 분화구로 부터는 송이(scoria)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용암을 분출했다. 오름의 분화구로부터 유출된 용암류는 지형 경사를 따라 ‘물처럼’ 하류로 흘러간다. 병악에서유출된 용암류는 폭 약 2㎞ 정도를 유지하며 9㎞를 흘러 바다까지 내려갔다.

용암류는 덕수리와 화순리를 거쳐 해안가로 흐르다 산방산과 마주친다. 산방산을 끼고 돌아 화순해수욕장으로 흘러들어간 용암류는 바다와 만난다. 화순해수욕장으로 흘러든 용암류는 ‘썩은다리’ 옆에서 바다와 만나며 급냉현무암(quenching basalt)의 구조를 남기고 있다.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면 암석은 급격히 식으면서 유리질로 변하게 된다. 이런 구조가현재 해안가에 남아 있다. 또한 이 용암류가 바다로 흘러드는 과정에서 형성된 주상절리도 잘 남아있다.

결국 이 용암류는 화순해수욕장의 중심부를 자르며 바다로 흘러든 것이다. 이곳은 현재 올레코스가 지나고 있어 해안에서 이 암석의 노두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곳 해안에 서서 당시 용암이 바다로 흘러드는 과정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재 이 용암이 흐른 곳에는 울창한 숲이 형성돼 있다. 암석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지표에 많은 토양은 존재하지 않는다. 숲속의 나무들은 용암의 바위덩어리들을 붙잡고 잘 자라고 있다.

▲ 병악오름에서 바라본 안덕 곶자왈. 희미한 안개 뒤로 우뚝 솟은 산방산이 인상적이다.

이 용암의 숲을 안덕곶자왈이라고 부른다.

덕수에서는 덕수곶, 화순에서는 화순곶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모두 같은 곶자왈이다. 토양이 없기에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버려져 있었던 지역이다. 과거 이 곶자왈의 나무들은 땔감으로 주로 이용됐다. 덕수마을의 불미공예도 마을 인근의 곶자왈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늘에서 보면 병악오름에서 유출된 ‘용암의 길’은 마치 뱀이 기어가는 형상과 같이 오름에서 발원하여 해안선까지 추적된다. 이용암의 길이 곧 곶자왈 숲으로 남게 된 것이다.

곶자왈은 오름이라고 부르는 분석구에서 유출된 용암류 상에서 만들어진 화산지형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곶자왈을 만든 화산지질학적 형성원인은 용암류의 매우 젊은 연대와 그에 수반된 토양층의 부재로 요약할 수 있겠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용암류의 하부에 있는 고토양에 대한 연대는 더욱 젊어지는 추세다. 안덕곶자왈에서 용암류 하부의 고토양층에 대해 탄소연대측정은 지금부터2250~7410년의 매우 젊은 연대를 보고하고 있다.

또한 구좌-성산 곶자왈의 기반을 이루는 다랑쉬오름 하부의 고토양층에 대한 탄소연대는 약 9400년 전으로 밝혀졌다. 이는 거미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 상에 형성된 구좌-성산 곶자왈이 적어도 9400년 전 이후에 형성되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또한 선흘곶자왈이 위치하는 동백동산 하류의 저류지 고토양에서 얻어진 약 1만1000년이라는 연대는 동백동산을 구성하고 있는 용암류가 약 1만1000년 이내의 젊은 용암류라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최근에 행해진 고토양에 대한 연대측정 결과들은 전체적으로 제주도의 곶자왈을 형성한 용암류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젊은 용암류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 곶자왈 내부의 채석장에서 관찰되는 붉은색의 고토양.

곶자왈 위에 토양이 빈약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곶자왈을 이루는 용암층 아래에는 보통 고토양층이 분포한다. 이들 고토양층은 채석장과 같은 단면에서 양호한 연장성을 관찰할수 있다. 즉, 고토양층은 곶자왈을 만든 용암류가 분출하기 이전의 지표면인 것이다. 당시의 고토양의 지표면을 오름에서 유출된 곶자왈의 용암류가 덮고 있는 형태이다. 이곳이 곶자왈인 셈이다.

따라서 매우 젊은 곶자왈의 용암층 위에는 토양이 빈약한 반면, 곶자왈 경계 밖의 지역에는 기존의 토양층이 남아있게 된다. 이곳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으로서 곶자왈과의 외곽 경계가 되고 있다. 우리는 앞서 곶자왈을 이루는 용암류가 매우 젊은 용암류임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용암류의 분출연대와 토양층이 빈약한 현상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곶자왈을 이루는 젊은 용암류의 상부에는 토양이 퇴적되거나 침전될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며, 이로 인해 토양이 없는 매우 젊은 용암류의 상부는 농지로 사용될 수 없었을 것이라 판단한다.

즉 토양층 빈약의 결과로 농지로 개간돼 활용되지 못하고 잔존한 지역이 자연숲 혹은 초목지로 남아 땔감 조달이나 방목장 등으로 활용되면서 곶자왈이라 명명되고 보존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곶자왈의 형성 혹은 잔존의 가장 큰 요인은 젊은 용암류 연대와 그로 인한 토양층의 빈약에 있다고 여겨진다.

 

아아(aa)와 파호에호에(pahoehoe) 용암

▲ 반짝반짝 빛나는 파호에호에용암과 그위를 덮고 있는 붉은색의 아아용암 (하와이 킬라우에아화산)

지질학적 관점에서 제주도 곶자왈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후 약 20여 년간 곶자왈은 아아의 특징을 가지는 용암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곶자왈을 이루는 용암이 아아(aa)뿐만 아니라 파호에호에(pahoehoe) 분포지에서도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파호에호에는 용암의 표면이 밋밋하고 표면에 밧줄구조가 흔히 발달하며 지형적으로 작고 완만한 언덕들이 잘 발달하는 특징을 가진다.

반면 아아는 용암층의 상부와 하부에 까칠까칠하고 각진 형태를 가지는 클링커(clinker)가 발달한다.

원래 이들 용어는 하와이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폴리네시안어에서 유래한다. 파호에호에 용암은 제주에서는 빌레용암으로 대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아 용암을 곶자왈 용암으로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아용암은 원래 하와이에서는 아아용암류에서 흔히 관찰되는 표면에는 클링커가 붙어있고 용암류 덩어리 내부에서 붉은색으로 타오르는 둥근 핵을 아아라고 부르는 것에서 유래한다.

아아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용암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올 때 주변 공기에 의해 비교적 많이 식고 마그마가 가진 가스를 많이 잃어버린다. 결과적으로 가스를 적게 가진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용암이 흘러가면서 형성된다.

이에 비해 파호에호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분류하는 경우 완만한 지형을 천천히 흘러가면서 넓은 용암대지를 이룬다. 비교적 적은 양의 용암이 지속적으로 분출하여흘러가면서 형성되는 파호에호에 용암류에는 큰 규모의 전형적인 용암동굴이 흔히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제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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