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스토리(1) 프롤로그

어느 덧 성큼 다가온 이웃이 중국이다. ‘대국적 기질’의 무질서와 통 큰 투자로 제주도민들을 걱정하게 하지만 고마운 손님이다. 지난해 입도 관광객이 목표 1200만명을 훌쩍 넘긴 것도 전년보다 42.4% 증가한 외국인 가운데 비중이 86%에 달한 중국인 덕이 컸다. 도내 중국인 소유 토지가 2009년 2만㎡에서 5년새 400배인 800만㎡로 급증하며 ‘중국자본의 공습’이란 우려도 낳지만 지역자본이 제한적인 제주도의 현실에선 중국자본도 반가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관광객이나 자본이나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불가능하다면 최소화해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중국의 손자(孫子)처럼 우리도 부딪히며 살아가야할 중국인들을 알아보자.

필자 길호동은 현대그룹 계열사 베이징 지사장으로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득하고 마음으로 느낀 중국 전문가다. 이번 기획은 중국 사회에 대한 진지하고 열정적인 통찰과 분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서적이나 인터넷에서 접하는 피상의 정보가 아니라 20년 중국통만이 들려줄 수 있는 ‘준비된 이야기’들이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과 중국과의 수교는 1992년에 이뤄졌다. 수교 얼마 전부터 홍콩을 통해 교역도 이루어지고 유학생들도 가곤 했지만 수교에 따라 우리는 수십 년 넘게 왕래가 없었던 중국인들을 ‘공식적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1972년, 미국은 1979년에 중국과 수교를 가졌으니 더 가깝게 사는 우리들이 오히려 더 늦게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봇물처럼 대륙의 시장을 향하게 된다.

직장 발령으로 1996년 여름부터 가족과 함께 베이징에 체류하면서 시작한 중국과 중국인 공부는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20년이 된 지금도 수시로 자문하는 것은 “얼마나 제대로 중국과 중국인들을 이해하고 있을까”다. 오랜 관찰의 결과 현대 중국을 통달한 듯 막힘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3박4일 패키지여행을 통해 중국 현지 가이드로부터 피상의 지식을 얻은 사람들이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사회는 그 구조가 우리가 살았던 시스템과 사뭇 다르고 변화도 너무 큰지라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특별한 사고와 생활상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인들 스스로도 너무 큰 변화에 당황해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대학입시․취업․주식․이민․자가용 등 과거 온전한 사회주의에서는 있지도 않았던 단어들이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일들이 언제부터인가 일상은 바뀐 사고와 다른 생활 방식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중국은 정말 많이 변했다. 경제 발전에 따라 진행된 도시화의 외향적인 발전도 그렇고,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중국인들의 말도 태도도 전반적으로 친절이 느껴지는 변화가 있다. 도시 전체의 회색 느낌은 밝게 빛나는 채색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고 퉁명하던 중국 비행기 스튜어디스의 얼굴에도 미소가 자연스럽다.

중국 사회의 변화는 계속되어질 것이다. 자본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도 아닌,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설고 특별한 ‘중국식 사회주의’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쉽게 넉넉하게 이해되어지질 않는다.

공자․맹자의 시대로부터 진시황의 통일 제국, 그리고 또 이어지는 ‘한․수․송․원․명․청’의 대강의 중국사를 한국인들이면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긴 세월들이 빚어낸 그들의 문화며 일들이 가까이 사는 우리 민족의 생활과 자연스레 공유도 됐다. 정치며 경제적인 면에서도 중국은 늘 우리 한반도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서 한결 선입견을 가지고 살아 온 한국인들이 지금 만나고 있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중국이다. 과거 한국사와 깊게 궤적을 함께 했던 봉건중국의 몰락과 40여년의 혼란 후 이어지는 사회주의 ‘신(新)중국의 건국’ 두 가지를 살펴보는 출발에서 현대 중국인과 중국사회를 들여다 볼 생각이다.

중국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근 20년의 시간 동안 사막과 강과 섬, 고원과 초원의 곳곳에 사는 중국인들을 제법 많이 만나며 살았지만 아직 이르지 못한 곳, 만나보지 못한 중국인들은 곳곳 어디에도 너무나 많다. 중국을 알아가고자 하는 과제는 계속 진행을 하겠지만 20년쯤 되는 시점에서 그 동안 마음 속에 정리한 기억과 느낌들을 모으고 다시 다듬어 ‘중국 이야기’를 풀어본다.

2015년 시작과 함께 이어지는 중국 이야기들은 중국인들을 좀 더 알 수 있는 ‘다름’에 대한 관찰의 기록이고 현지에서 살며 만난 ‘경험’들의 이야기다. 다양한 주제의 연재를 통해 제주도의 독자들이 ‘제주로 성큼 다가선’ 중국인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바람을 갖는다.

특히 부모의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회에서 출생하고 성장하며 그들의 운명을 준비하여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들이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중국인들이다. 연재를 통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들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992년 수교로 다시 만나 시작한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이제 서막이 막 끝났을 뿐이다. 개방된 세상에서 출생하여 성장한 사람들이 이끌어 갈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자신감으로도 분명 그들 부모 세대들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중국과 중국인들을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분명 값진 일일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 미래에도 한국인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는 심연을 가지고 있는 나라와 사람들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주는 이제 지겨울 정도로 중국인들을 손님으로 맞아야 하는 숙명을 가지게 되지 됐다. 제주가 지금 가진 가치와 조건들은 향후 엄청나게 많은 중국인들을 앉아 맞기에 충분하다. 찾아올 손님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고 이해가 더해진다면 그를 응대하는 방법도 찾기가 쉬울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비치는 ‘우리와의 다름’을 좀 더 편안하게 바라봐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연재에 들어간다.

 

필자 길호동은…

길호동 박사(54)는 1980년대 경희대 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타이베이 국립사범대학 석사에 이어 베이징의 중국전매(傳媒)대학에서 광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현대그룹 광고대행사인 금강기획 베이징지사장으로 대륙의 심장 베이징에서 중국인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월드와이드의 중국본부장(상무)을 맡아 중국내 현대기아차 광고를 총괄하며 중국 내 120만대 판매에 일조하다가 2012년말 퇴직하고 중국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제주의 매력에 심취, 제주로의 ‘이민’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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