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2015년 캠페인 ‘갑질 없는 제주, 존중 하는 우리’-“누구나 을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최대 병폐 가운데 하나가 ‘갑(甲)질’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올해 최악의 갑질은 국제적 망신을 넘어 구속으로 이어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입니다.

사회적 모범이 돼야 할 가진 자들의 갑질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2013년 5월엔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 업주에게 물품 구매를 강요하며 내뱉은 ‘막말’ 갑질로 우리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을 보면서 공분을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갑질에 공분하고 있는 우리도 갑질을 할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식당 주인에게, 아버지뻘의 택시기사에게 ‘손님’이라는 이유로 큰 소리를 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편의점 알바생이 그냥 아들․조카처럼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막 대한 적도 있을 것입니다. 공무원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인허가서류를 필요이상으로 잡아버리는 바람에 괴로움을 당하는 민원인도 있습니다. 사업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도 혹시 ‘괘씸죄’에 걸릴까 눈치만 보며 노심초사하곤 합니다.

모두 다 갑질입니다. 그러나 돌아서면 우리는 다시 을이 되기도 합니다. 직장에선 상사에게, 조직에선 선배에게, 아니면 택시손님이었다가 식당 주인이 되어 을이 됩니다. 아니면 용돈이라도 스스로 벌겠다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내 아들․딸이 다른 손님의 ‘갑’질에 곤욕을 치를 지도 모릅니다. 공무원도 가족이 위급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수속이 미적거려 환자가 복도에서 서성거려야 한다면 미쳐버릴 것입니다.

이 모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제주매일은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화두를 ‘갑질 없는 제주, 존중 받는 우리’로 잡았습니다. 다양한 기획기사와 캠페인을 통해 서로 존중하는 제주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우리는 갑이면서 을이고, 을이면서 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갑질 추방’을 제안합니다. 해법은 서로에 대한 존중입니다.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 그것은 을의 생각일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을인 사회, 그것은 모두가 존중받는 모두가 갑인 사회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김철웅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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