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도정과 ‘불협화음’은 안타까워
‘다난흥방’정신으로 하나돼 나아가야 ”

▲ 구성지 도의회 의장과 제주매일 이정민 정치부장이 신년대담을 하고 있다.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에게 듣는다

제10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다. 제주도민들은 지난 선거에서 새누리당 18명과 새정치민주연합 16명, 무소속 2명을 선택해 여·야의 균형을 맞췄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다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제주매일은 구성지 도의장과의 신년대담을 통해 지난해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와 새해 제주도의회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제10대 도의회 출범 6개월을 평가(자평)한다면

‘특권’또는 ‘권위’로 비쳐지는 관행들을 모두 내려놓는 도민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서 도민의 생각과 의중, 고민과 아픔까지 읽어내 의정에 반영한 의정혁신 실천계획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과 낙하산 인사를 막으려고 법적으로 규정된 감사위원장과 정무부지사 외에 행정시장을 비롯한 5개 공기업, 출자·출연기관의 장에 대해 도지사와의 정치적인 협의를 통해 인사청문회를 운영했다. 다만 ‘예산 협치’ 제안을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거부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의회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도정의 견제다.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보는가.

개념조차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래서 우리 도민들이 낯설어 했던 ‘협치위원회 조례안’을 심사 보류했고,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협치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구성 및 편법 운영, 수당까지 지급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잘못된 행정집행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제주발전연구원의 복사 용역(홍해삼 및 전복 지하해수 양식단지 기초연구용역)을 지적, 공직사회의 무사 안일함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리고 원 지사의 공약과 배치되는 송악산 개발 경관심위 통과는 경관사유화, 환경파괴 등을 막기 위해 보류중인 다른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지난달 30일 제주매일과의 대담에서 지난해 의정활동의 소회와 새해 제주도의회의 방향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의장이 바라보는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6개월은.

원 도정은 제1의 기치로 ‘협치’를 내세웠지만 이에 대해 도정 스스로가 뚜렷한 개념을 정립하지 못해 우왕좌왕함으로써 도민사회에 혼란을 초래했다.

문화예술, 1차 산업, 원도심 활성화 등 민간 협치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를 뒷받침할 조례조차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우리 의회에서 심사보류 된 상태다. 또 탕평 인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선거공신들을 임용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도의회와의 소통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데도 불구,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안건처리에도 불협화음이 일고 있어서 안타까운 심정이다.

▲원희룡 도정이 ‘인사 협치’를 내세우며 행정시장, 산하 공기업 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제안하고 의회가 받아들였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생각은.

인사청문회 실시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좁은 제주사회에서 ‘신상털기’가 가져오는 병폐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있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제주가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한 진통으로 이해해야 한다. 반칙과 편법, 물 타기가 횡행했던 기회주의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공직사회에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작은 디딤돌이다. 다만, 인사청문회가 확실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정은 도의회 인사 청문 결과와 다른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무부지사나 감사위원장인 경우 우리 도의회가 확실하게 적격 부적격 판단을 내리지만, 나머지 기관장에 대해서는 청문을 통해 도민들의 알 권리만 충족시켜 드리고, 임용여부는 오로지 도지사의 몫이다.

도지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 권한과 책임은 도지사에게 있는 만큼 청문 결과와는 상관이 없지만, 이로 인해 청문회 무용론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산 협치’로 제주가 시끄럽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는지.

예산을 볼모로 대치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예산문제는 기본적으로 집행부의 수장인 원희룡 도지사가 도의회라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은데서 오는 문제였다.

저와 원 도지사는 예산 심의에 있어 과도한 삭감과 증액 없는 아름다운 예산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의원공약사업비와 의원사업비 증액을 요청했었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협치예산’ 제안이 나왔던 것이다.

▲도의원도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지역민들의 표를 얻는 선출직으로서 공약 사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제가 제안했던 ‘예산 협치’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도지사와 예산개혁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기로 합의가 된 상황이다. ‘예산 협치’는 기능별 예산배분을 함에 있어 집행기관과 의회 간에 사전협의해 배분율을 정하자는 것이다. 도의원들이 바라는 사업들에 대해서 당당하게 테이블 위에서 사전협의를 거침으로써 의원공약사업비가 자연스럽게 예산에 녹아들게 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본다.

▲최근 상황을 놓고 볼 때 도의회를 바라보는 도민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제10대 도의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의원 1인당 20억설’이 도민들에게 불신을 초래하게 만들었고, 특히 도지사가 전국 방송을 통해 이 설을 밝힘으로써 우리 도의회의 위상을 전국적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비록 사과는 있었지만, 땅에 떨어진 도의회의 위상을 세우는 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의회가 내건 ‘도민을 하늘 같이 받들며’ 현장중심의 의정을 통해 손톱 밑 가시 같은 도민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해결해 드리면서 밑바닥부터 신뢰를 구축해 나갈 생각이다.

또 도정의 잘못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그에 맞선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출·제시함으로써 의회의 역량을 대내외에 선양해 나갈 생각이다.

▲원희룡 도정과 소통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결국은 리더십의 문제다. 소통 없는 리더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언급해 왔듯 원 지사가 대통령이 되려면 우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데, 중앙정치에서 익힌 고도의 정치적 스킬로 도의회를 압박하고, 의회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면 이는 결코 대통령의 자질이라고 볼 수 없다.

훌륭한 리더는 지위가 올라갈수록 권한보다는 책임이 커짐을 알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임을 알아햐 한다.

▲새해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올해 제주는 신공항 건설 문제가 당장 닥쳐 올 것이고, 한중FTA 타결에 따른 1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추진을 비롯해 난개발 방지, 원도심 개발, 물류대책, 카지노 문제 등 현안들이 많다.

또 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개발, 아시아 최고의 장기 체류형 휴양관광지 개발, 전기차와 풍력, 물, IT와 BT 융복합 산업 등을 이용한 제주형 창조산업 개발, 소나무 재선충 완전 방제, 문화와 복지 선진지역, 안전도시 구현 등에도 의회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펼쳐 세계적인 국제자유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도민들께 한 말씀.

올 한해는 어려움이 많을수록 서로 단결하고 분발해 부흥을 시킨다는 뜻을 지닌 ‘다난흥방(多難興邦)’의 정신으로 서로 믿고 화합하며 하나가 돼야 한다. 노를 열심히 젓는 것만으로도 배가 앞으로 나갈 수 있지만, 결국 돛이나 엔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한다.

대담=이정민 정치부장

정리=박민호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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