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제주매일 김철웅 편집국장이 신년대담을 하고 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게 듣는다.

2015년 제주교육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간다. 고교체제 개편, 혁신학교 도입, 등교시간 조정, 그리고 제주학생들의 높은 비만율과 위험한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생건강통합시스템 가동 등 만만치 않은 사업들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은 그간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던 교육정책의 변신에 대해 기대와 혼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을미년 새해, 이석문 교육감을 만나 취임 후 지난 6개월의 소회와 올해 교육청이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취임 6개월을 자평한다면.

=바쁘게 지냈다. 현장을 많이 찾았다. 그 속에서 제주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비전을 공유하고,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소통을 통해 올해 더 힘차게 교육혁신을 추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제주교육의 핵심 현안은.

=단연 ‘고교체제 개편’이다. 고교체제가 개편되지 않으면 제주교육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특히 머지않아 학생 수가 급감하게 되는데 이에 대비하지 못하면 현재 초등학교처럼 고등학교도 통폐합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고교체제 개편은 현재 5 5 % 가량인 평준화 일반계고 수용비율을 65%까지 높이고, 읍면학교와 특성화고에 지역 특색이 반영된 교육과정을 도입해 ‘선택하는 학교’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다.

▲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지난해 12월 30일 제주매일과의 대담에서 2015년 제주교육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고교체제 개편, 혁신학교 운영, 등교시간 조정 등 신임 교육정의 새 교육정책에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교육시스템을 새롭게 바꿔나가는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의 ‘진정한 학력향상’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가 가장 낮다. 학력은 자발성과 즐거움이 함께 할 때 높여나갈 수 있다. 배움의 즐거움이 있는 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지원해 나가는 것이 교육청과 교육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해서는 통합코칭을 위한 ‘담쟁이 지원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유보통합으로 교육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한 입장은.

=현재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공통된 누리과정을 만들고, 재원 부담도 통합하면서 ‘유보통합’은 이미 첫걸음을 뗐다. 중요한 것은 예산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누리과정에 예산 지원을 하지 않은 채 지방정부의 교육재정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국가 재정으로 누리과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사교육 성행으로 가계 부담 증가와 계층 간 교육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공교육 활성화 및 사교육비 절감 대책은.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법에 따라 학교 운영 면에서 다른 지역(20%)보다 더 많은 자율성(50%)을 인정받고 있다. 그간 이 법에 근거해 ‘i-좋은학교’가 운영됐지만 한계가 있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3월부터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가 시작된다.

이와함께 도교육청은 영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스스로 영어학습법인 ‘들엄시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DVD 등을 통해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음으로 듣게 하는 방식이다. ‘들엄시민’ 학부모 동아리 모임 활성화를 통해 영어 사교육비 절감을 추진하겠다.

▲이 교육감이 교원단체 지부장 출신이다 보니 노조 문제에 관심이 클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난 6개월 소통에 적극적인 느낌은 주지 못했다.

=취임 후 지난 6개월동안 현장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부한다. 취임 전 교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고, 취임하면서 학교현장을 방문하고 학부모, 학생, 교장 등과 대화를 나눴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제주교육’이라는 도민들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 나의 사명이고 책무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과 요구, 논란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이 7개월분 밖에 확보되지 않았다. 이후 계획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교육재정여건에서 누리과정 예산 부담은 너무나 크다. 올해는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다른 중요사업에 차질을 주면서까지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할 수는 없다. 앞으로 전국 시도교육감들과 긴밀히 협의하며 교육재정 문제의 근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

 ▲취임 후 예상외 난제라고 느끼는부분은.

=올해 본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주요 공약 예산이 삭감된 것이 아쉽다. 제일 아쉬운 부분은 ‘들엄시민’이다. 영어는 우리 제주지역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과목으로 수능 결과를 통해서도 해마다 확인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읍면지역을 중심으로시작하여 진행되고 있는데 예산이전액 삭감되어 난감하다. 추경을 통해 공감대가 잘 형성될 수 있도록 의회와 더 소통하고 협의하겠다.

 ▲올해 도교육청이 추진할 역점과제는.

=제1공약인 고교체제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도민들이 공감하는 고교체제 개편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가 잘 운영되도록 학교현장을 충실히 지원하고, ‘학생 건강 증진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며 비만통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정신건강 전문의와 상담사, 복지사 등이 결합된 ‘통합코칭팀’을 꾸려 학생 개인에 대한 건강상담과 예방활동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제주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학부모와 교육가족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올해 제주교육의 기치는 ‘2015년 제주교육은 교실이다’로 정했다. 학교를 ‘교육중심 시스템’으로 개편해 본연의 교육활동이 충실히 이뤄지는 교실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 모든아이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갖고, 배려와 협력의 문화가 숨쉬는 교실로의 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

올해도 도민들과 교육가족들께서 제주교육에 많은 사랑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대담=김철웅 편집국장
정리=문정임 기자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