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농의 꿈이 영근다 (4) 강명수 시설 감귤 재배 농가

▲ 강명수씨가 자신이 키우고 있는 닭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강씨는 달팽이를 없애기 위해 닭을 키우게 됐지만 먹이를 먹을 때 부리로 톡톡 쪼는 습성때문에 잡초제거 효과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작물을 노지가 아닌 시설을 통해 재배하는 것은 환경 조절 기술 수준이 높아야 하고 외부 온도의 영향을 덜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서 작물을 재배하는 시설 농업의 경우 입지 조건이 좋은 제주 지역에서 일찍부터 발달했다. 특히 서귀포시 지역은 겨울철 일조량이 많고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어 난방비 절약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서귀포시 지역에서는 1960년대 파인애플 재배를 시작으로 1970년대 바나나 재배가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WTO(세계무역기구) 체제를 맞이하면서 쇠락, 감귤 재배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때 감귤 나무의 경우 수입이 좋아 ‘몇 그루만 있으면 자식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하는 ‘대학나무’로 불렸다.

좋았던 세월도 잠시,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추진 등으로 세계 각국의 열대과일 등이 들어오는 등 먹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자연스레 1차 산업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제 감귤에 대한 대학나무 지칭은 옛말이 됐다.

하지만 예전처럼 자손들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줄 수는 없지만 여전히 제주를 대표하는 작물은 감귤이다.

 

신가온 난방 시스템 도입…60% 이상 비용 절감 효과 

달팽이 없애려 사육한 닭 잡초 제거도 척척 일석이조

“남의 노하우 10%·자신의 것 90% 섞어서 농사해야”

 

▲시설 하우스 3500평에서 조수입 3억원

제주지역 대부분의 농민은 감귤 농사를 지어 살아간다.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시설 감귤을 재배하는 강명수씨(54)도 마찬가지다.

20년째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강명수씨는 시설 재배를 통해 1만1570㎡(3500평)에서 한해 조수입 3억원을 넘게 올리고 있다.

지난 15일 농장에서 만난 강명수씨는 “지난 20년 동안 감귤 농사를 지어 딸 둘을 대학까지 보냈고 막내아들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감귤 농사를 통해 가족과의 행복한 밥상을, 행복한 여행을 실현했고 이제는 행복한 일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농 반열에 올라선 그는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의 이런 성공은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 출발선이 남들보다 앞섰던 것은 아니다.

그저 부인 김현순씨(50)와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감귤을 재배했을 뿐이다.

강씨는 농사를 짓는 1년 365일에 대한 일과를 세우고 기록하고 계획대로 실행에 옮긴다.

강씨는 “감귤은 가온을 해서 210일 만에 수확을 한다. 오늘 불을 때면 평균적으로 210일 후에 수확이 가능하다”며 “그 나머지 기간은 휴식 기간을 가진다. 짜임새 있게 1년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에 시설 감귤을 수확한다. 수확 후에는 가지솎기를 한다. 이후 휴식기를 갖고 하우스 난방, 즉 가온에 들어간다. 80일 동안 새로운 순을 받고 순을 굳히고 강씨만의 화분화(花粉花) 시스템을 통해 꽃을 피운다. 열매를 맺은 후 열매가 크는 데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순을 잘라낸다.

강씨는 “감귤 시설 재배는 노지에서 재배하는 것과 다르다. 노지에서는 예비지를 남겨야 다음 해에도 열매가 열리지만, 시설 재배에서는 새순을 키우지 않고 열매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열 히트 펌프와 닭 사육 ‘전략’

강씨도 예전에는 기름보일러를 통해 열풍기를 가동하는 가온(加溫)을 통해 하우스 감귤을 재배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하 해수열을 이용한 수축열 지열 히트 펌프를 이용해 난방을 한다.

2010년 신가온 난방 시스템 시범 농가로 선정돼 사업비 7260만원 중에 5082만원을 보조 받고 2178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500평 하우스에 2000만원을 넘게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씨는 새로운 영농 기술을 도입하는데 앞장섰다.

이를 통해 예전보다 6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강씨는 “여기 물 탱크에 있는 물은 53도다. 하우스 온도를 20도로 맞춰 놓았기 때문에 온도가 그 이하로 내려가면 보일러가 작동을 해 따뜻한 물을 보내 난방을 한다”며 “예전에 난방을 하기 위해 기름을 100원 정도 사용했다고 하면 지금은 40원 정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강씨의 재배 노하우는 또 있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땅을 쪼아 벌레를 잡아먹고 있는 닭이 그것이다. 강씨는 50평에 한 마리꼴로 닭을 사육하고 있다.

강씨는 “7년 전에 농장이 너무 습해 달팽이가 대량으로 감귤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며 “달팽이가 감귤의 껍질만 살짝 먹고 상품성만 떨어뜨려 곧바로 약을 사용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해 농사를 망치고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닭이 도움을 준다기에 그때부터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달팽이를 없애기 위해 닭을 키웠지만 닭이 먹이를 먹을 때 부리로 톡톡 쪼는 습성으로 인해 잡초 제거 현상까지 나타나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기회로

강씨는 처음부터 감귤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다.

1994년에 중기업을 하다가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났다. 생계에 위기가 닥치자 제주도 전지역을 돌아다녔다.

전지역을 돌아다닌 결과 감귤의 시설 재배가 비교적 넉넉하지 않은 땅에서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을 알아냈다.

8남매 중 막내인 그는 형제들에게도 조언을 구했고, 형제들이 감귤 시설 재배를 통해 넉넉한 살림을 이루고 있는 것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많은 눈이 내려 시설 하우스가 무너진 이웃의 집을 수소문 끝에 찾아가 고철을 사다가 강씨 부부가 1년에 걸쳐서 1100평의 하우스를 지었다.

강씨는 “제가 가진 땅은 비좁았다. 남들이 100원을 벌 때 1000원을 벌려고 고민하고 고민했다”며 “가진 것이 없어서 못 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세워 꾸준히 이뤄나가야 한다”고 시설 재배로 눈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강씨는 “5년 전에도 하우스 감귤을 재배하는 농가에서 기름 가격 폭등으로 이제는 접어야 한다고 했다”며 “그래서 남들은 한라봉과 천혜향 등으로 변경했지만 제가 가진 기술이 확실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재배할 자신이 있었고 결국 기반을 잡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내가 성공할 길은 내가 스스로 끝장을 보자. 이거다.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그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억대 조수입 농가의 조언은

강씨는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 주위 고소득 농가의 조언을 무조건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대로 농가 되지 않았고 결국 그 해 농사를 망쳤다.

강씨는 “농업기술원 등지에서 교육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100% 전부 다 그대로 하지는 않는다”며 “남의 노하우 10%에 자신의 노하우 90%를 섞어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또 남의 노하우 10%에 자신의 노하우 90%를 섞고, 차근차근 기술을 변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강씨는 “하우스 시설의 경우 태풍 등의 피해로 인해 비닐을 씌워야 하는 등의 일이 발생할 경우 나이가 70~80대인 노인분들은 상대적으로 하기 힘들다”며 “그래서 돈이 많이 된다고 해서 농장을 늘려나가는 것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을 정도만 해야 한다. 농촌 지역은 젊은 인부를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씨에게 그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마음속에 담아두고 표현하지 못했던 얘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하자 강씨는 씩 하고 웃더니 “그냥 감귤 농가에 힘이 되는 말을 전해 달라”고 당부를 했다.

이처럼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순박하다. 이들의 피와 땀이 어린 노력이 이익만을 쫓는 이들에 얼룩지지 않고 그에 걸맞은 결실을 맺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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