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공무집행방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국민의 권력으로 국민에 ‘갑질’

경찰 법집행 위한 최소 수단
밉상에 대한 ‘치졸한 보복’ 여론도
우물 흐리는 미꾸라지 잡아야


자동차. 대표적인 문명의 이기(利器)다. 연료만 채워주면 어디든 달려간다. 장소 간 심리적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며 삶의 영역이 크게 넓어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심각하다. 교통사고다. 그래서 항상 ‘안전운전’이다.

나무 막대도 마찬가지다. 선의의 이용은 지팡이다. 허리가 굽은 어르신들에겐 필수다. 젊은 사람들도 산을 오르내릴 때 지팡이를 이용한다. 반면 막대기가 허공을 가르면 흉기다. 폭력은 사람은 육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막대기 역시 잘 사용해야 한다. 지팡이도 되고 몽둥이도 된다.

그리고 우리는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부른다.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라는 뜻에서 그렇게 붙여졌다. 실제 경찰이 사회의 지팡이 역할을 많이 한다. 교통질서를 유지하고 순찰을 돌며 범죄를 예방한다. 교통사고나 범죄현장에서 ‘험한’ 상황을 감내하면서 처리하고 해결한다.

하지만 가끔 민중을 때리는 몽둥이로 전락, 우려를 키운다. 국민을 위한 효율적인 지팡이가 되라고 부여해준 ‘공권력’을 남용, 국민을 힘들게 하는 경우다. 국민이 준 권력으로 국민에게 ‘갑질’인 셈이다.

대표적인 게 모욕죄와 공무집행방해죄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국민의 안전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어 응당 엄정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귀에 걸면 귀걸이 목에 걸면 목걸이”라는 원성도 들린다. 공권력 남용에 대한 지적이다.

제주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25일 오후 11시40분께 제주동부경찰서 중앙지구대는 A씨(51)와 친구 2명을 모욕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술을 마신 A씨가  중앙지구대 앞 화단에 소변을 보려한 게 사단이었다.

이를 본 경찰이 고함을 지르자 서로 옥신각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B씨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 수갑이 채워졌다. 이어 다소 험한 말을 한 A씨는 모욕 혐의로 체포됐다. 항의하던 C씨의 두 팔목에도 수갑이 채워졌다. ‘공방’ 혐의다. 이들은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A씨는 26일 오전에 풀려났으나 B씨와 C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석방됐다.

유치장에 갇혀야 했던 이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다소 거칠게 오간 말 몇마디가 수갑을 채우고 ‘철창신세’를 져야할 죄냐”는 것이다. 과잉 대응에 대한 지적이다. 그리고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같은 편’인 검찰이 기각했다는 사실은 ‘과잉’에 대한 방증으로 인식된다.

어쨌든 노상방뇨를, 그것도 파출소 앞에서 하려한 A씨가 잘못했다. 경찰이 잘한 것도 없다. 더욱 잘못했다. 술을 마셔 파출소 앞인 줄도 모르고 소변을 보려는 시민을 퉁명스럽게 대할 일이 아니었다. 지구대 화장실로 안내했으면 고마운 민중의 지팡이로 끝났을 일이었다.

그 다음도 문제다. 취객이 퉁명스럽게 반응한다고 맨 정신의 ‘민중의 지팡이’가 같이 되받아친 행위도 아쉬움이 크다. “기분 좋게 드신 거 같은데 어서 들어가십시오”라고 부드럽게 얘기하면 어디가 덧났을까.

그런데 체포 과정에서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명백한 ‘불법구금’이다. 미란다원칙 고지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기본도 모르는 제주경찰이 있다. 경찰의 시민 불법구금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제주경찰이 공권력 권위 강화를 명분으로 툭하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는 등 초과잉 대응하고 있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신중해야 한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유치장에 갇히는 최장 48시간은 시민들의 생업을 위협할 만큼 길다. 직장인은 회사에서 내쳐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등은 엄정한 법집행 위한 최소의 수단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밉상인 시민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유치장에 가두는 ‘치졸한 보복’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모든 경찰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물을 흐리듯 꼭 그러한 경찰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이들에게 공권력은 어린이가 들어 흔들어 대는 막대기다. 지팡이가 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상처를 준다. 한 사람의 시민이라도 억울하게 ‘잡지’않는 제주경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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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부경찰서 ‘불법 구금’ 관련 정정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1월 29일자 1면 「공방혐의 ‘철창시민’ 알고 보니 ‘불법구금’」, 30일자 15면「경찰의 ‘전가의 보도’ 공무집행방해」 제목의 각 기사에서 제주경찰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도민을 상대로 과잉 대응을 한 것도 모자라,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3명을 불법 체포하고 20시간 가까이 ‘불법구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현장 동영상 확인결과, 체포된 3명 중 1명에 대해서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현장의 소음 및 불완전한 녹음 등으로 인해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는지, 안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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