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초장 무기력한 도정
‘예산 혁신’ 카드로 분위기 반전했으나
정치력 부족으로 한계 노출

예산 등 지역현안 꼬이게 해 
대권 이미지 관리보다 민생 중요시해야
갈등 해결 합리적 리더십 필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애초부터 고향 도백(道伯)을 꿈 꾼 건 아니다. 그는 차출됐다. 지방선거 승리가 절박한 당의 출마 요구를 뿌리치지 못했다. 이름 석자 브랜드파워는 강력했다. 압도적 지지로 도지사가 됐다. 정치적 입지도 강화됐다. 도지사 당선으로 그는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중앙언론으로부터 ‘잠룡(潛龍)’ 대접을 받고 있다. 지방선거가 기사회생의 기회가 됐다. 선거에 나서지 않았다면 그의 정치 전도(前途)는 불투명했을 것이다. 정치운(政治運)이 좋았다.
 
도지사 원희룡은 도민 기대에 못 미쳤다. 평소 지역문제에 깊은 고민이 없었고, 지역 사람들을 잘 모르는 약점이 부각됐다. 민선6기가 출범했으나 제주의 미래비전 제시는 없었다. 임기 초에는 인사(人事) 문제에 걸려 속된 말로 죽을 쒔다. 시중에선 “제주 어디로 가고 있나” “취임 후 한 것은 ‘인사 실패’ 뿐”이라는 냉소가 들렸다.
 
무기력한 도정이 계속될 것 같았다. 그러나 3선 국회의원의 관록은 달랐다. ‘예산 혁신’ 카드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는 불법 증액 등 도의회의 잘못된 예산 심사 관행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의원사업비 등을 더 챙기려는 도의원들의 행태에 ‘원칙론’을 내세워 뱃심 있게 대응했다. ‘의원별 재량사업비 20억원 요구설’까지 돌면서 도의회가 코너에 몰렸다. 그 반작용으로 도정은 인사 악재에서 벗어나 정치적 주도권을 쥐었다. 원 지사의 개혁 이미지도 높아졌다.

그런데 너무 나갔다. 도의원들을 과도하게 자극했다. 원 지사는 전국 방송에 대고 의원사업비 등 요구 사실을 공개했다. 도의원들을 이에 대해 ‘매도’라며 분개했다. 정무부지사는 ‘20억’ 요구 당사자가 구성지 의장이라고 폭로했다. 정무기능 마비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작심하고 도의회 수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다리는 제주에 딛고, 머리는 육지로 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권을 염두에 둔 이미지 관리라는 것이다. 도의회와의 갈등 후폭풍을 예측하고도 ‘정치적 욕심’ 때문에 강수(强手)를 뒀다는 평가도 있다.

결과는 예산 파탄으로 돌아왔다. 도의회에서 무자비한 예산 삭감(1636억원)이 이뤄졌다. 원지사는 이에 대해 “기네스북에 나올 정도”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도의원들의 처사는 옹졸했지만 도정도 잘 한 것만은 아니다.

쥐도 도망갈 구멍을 보고 내몰라고 했다. 4년 내내 머리를 맞대야 할 상대를 개혁 대상으로 몬 것은 정치적 미숙을 넘어 무능이다. 원칙은 확고하게 가져가되 방법은 부드럽게 해야  했다. ‘20억 요구설’이 흘러나와 수세(守勢)에 몰린 도의원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정치력 부재(不在)’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원 지사의 정치력은 해군기지와 관련해서도 도마에 올랐다. ‘군관사’ 문제 해결을 자신했으나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해군이 군관사 앞 농성천막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면서 그의 정치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그가 내놓은 ‘해군기지 진상조사’ 해법도 물거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 지사의 정치력 부족이 지역 현안을 꼬이게 하는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도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는 원 지사가 포용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조정?관리해서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도지사가 갈등의 한 축이 되는 것은 본인은 물론 도민의 불행이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현실 정치에서 과도한 욕심은 패착으로 귀결될 때가 많다. 본인의 이미지 관리보다 민생을 중요시해야 한다. 머리를 내부로 돌려 지역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원 지사가 ‘용꿈’을 꾸고 있다면 제주에서 정치력과 정책능력 등을 확실히 보여 주는 게 첩경(捷徑)이다. 이를 통해 민심을 얻으면 더 큰 도전의 길은 자연히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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