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침몰 후 ‘골든타임’ 허송
국민 304명 ‘자연’에 인질 잡힌 격
해군 적극적 대처 했었으면

군대의 존재의 이유는 ‘국민’
최초 1인 구하기 위한 최선 노력
국가의 자존심 차원에서도 중요


세월호 1주기가 지났다. 304명의 생명이 스러져간 비극 가운데 비극이다. 중하지 않은 목숨이 없다지만 피해자 대다수가 고등학생들이어서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그리고 책임을 공감한다. 책임을 져야할 위치에 있지도 못하면서도 살아있다는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던 그 시간에 대한 회한(悔恨)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세월호가 뒤집어진 채 서서히 잠겨가는 장면이다. 비록 배가 뒤집혔지만 상당수 애들이 살아있었을 시간, 그 애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사고 후 1년이 지났음에도 “최초의 1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국민들의 잘못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잘못이다. 대통령의 잘못이다. 대한민국의 바다를 책임지는 해군과 해양경찰의 잘못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 304명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인질범’은 시간에서 조금의 양보도 없는 ‘자연’이다. 48시간이 지나면 인질 304명 모두가 목숨을 잃을 것이다.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은 산소가 모자라고 물이 목으로 차올라도 어찌해볼 수가 없다. 흘러가는 시간이 곧 죽음의 그림자다.

그렇다면 밖에서 구출작업이 진행돼야 했다. 대대적인 군사작전으로 전개돼야 했다고 본다. 국민들이 요구하지 않아도, 국가 원수가 지시하지 않아도 전문가 그룹인 해군 특수부대원들이 투입돼야 했다. 물론 안다. 맹골수도의 유속이 빠르고 수온도 낮아 투입대원들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음을. 그래도 들어가야 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군인이다.

그런데 세월호에선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당시 해군 특수부대 지휘관이 솔선해서 먼저 바다로 뛰어들었다면 하는 생각도 해봤다. 아무리 희박하더라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었다면 당연히 행동이 있어야 했다. 304명이 숨져가는 상황을 속절없이 지켜보고 방치했다는 사실에 민간인들도 죄책감을 느꼈다. 해군은 더욱 그러해야 했다.

지휘관이 앞서면 부하들도 뒤따를 것이다. 그래서 급류에 휩쓸리면 구조하고, 그래도 뛰어들고…. 그러한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한이 돼 ‘탓’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정에서 군인의 희생이 있을 수도 있다. 감내해야 할 아픔이다. 지난 1996년 11월5일 강릉무장공비침투사건 당시 무장공비 10여명 소탕과정에서 우리 군인 10여명이 전사했다. 하물며 우리 국민 304명을 구하겠다는 작전이다.

국가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군대를 움직여야 했다. 미군은 적진의 인질 1명 또는 부상자 1명을 구하기 위해 헬기를 띄운다. 특공대의 인명 손실 없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고, 구조는 고사하고 특공대원들의 목숨까지 잃는 ‘실패한’ 작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실패한 작전을 아쉬워는 해도 탓하는 국민들은 없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선의’의 희생이다. 그것이 국민에게 세금을 강요하고 국방의 의무를 지우는 국가의 기본적 책무다.

국민 1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군인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부심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대한민국을 경외감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아, 독한 사람들. 건들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심어주며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구조작업 중 군인들의 희생이 발생하기 시작되면 국민들은 물론 유족들도 말렸을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한은 없다고. 이제 시신만이라도 제대로 인양해 달라”고.

현실은 거꾸로 진행됐다. 유족들은 “왜 구조하러 가지 않느냐”고 통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던 최후의 1사람까지는커녕 최초의 1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그렇게 무심하게 ‘골든타임’은 흘러갔다. 그리고 1주년이다.

참(眞)군인이 그리워진다. 2010년3월30일 해군 특수전전단 소속 부대원들과 함께 높은 파고와 낮은 수온 등 극한의 환경에서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 전설이 된 ‘군인’ 한주호 준위의 명목을 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