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구조혁신’ 방안 큰 논란
가공용 수매 놓고 농가 반발
도는 오락가락 말 바꿔 혼선

생산자단체 ‘몰랐다’는 말 의아
내달 나올 道 세부계획 주목
소모적 논쟁할 시간 없어

요즘 감귤밭 주변을 지날 때마다 향긋한 감귤꽃 내음으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얼핏 봐도 지난해보다 꽃이 많이 피었음을 알 수 있다. 머지않아 한바탕 꽃을 따내고 열매를 솎아내는 작업이 시작될 전조(前兆)의 또 다른 모습이다.

때 아닌 감귤문제로 도민사회가 갑론을박이다. 제주도가 ‘고품질 감귤 안정생산 구조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원희룡 도정의 세련되지 못한 일처리 시스템이 먼저 문제다. 며칠 못가 말을 바꿀 거면서 뭐가 그리 성급했는지 일단 지르고 보자 식의 행태가 여전하다.

그렇다고 그 동안 조용히 있다가 제주도의 방침에 의아해하는 일부 생산자단체의 무책임한 모습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논란은 가공용으로 수매하는 비상품 감귤에 지원하던 ㎏당 50원을 올해부터 주지 않겠다는  제주도의 방침이 나오면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상품규격에서 발생하는 비상품만 가공용으로 수매하겠다는 계획도 반발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산까지는 상품규격이 아니어도 비상품 모두를 수매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가공용 감귤은 업체에서 110원을 부담하고, 제주도에서 50원을 더 보태 ㎏당 160원을 주고 수매했다. 여기에 제주도가 지원한 예산이 지난해 75억원 수준이다. 이 돈을 올해부터는 지원하지 않고 고품질 생산에 투입하겠다는 게 원 도정의 방침이다.

농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버리기 아까워 가공용으로 팔아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가공용 수매로 농가들이 손에 쥐는 돈은 사실 수확 인건비도 안된다. 농가들로서는 행정에서 지원하는 50원을 더 받지 않아도 전체 소득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반발하는 것은 갑작스럽게 방침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원 도정이 출범하면서 가장 앞에 내세운 게 이른바 ‘협치(協治)’인데, 이번 사안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소통이 없었다는 지적인 셈이다.

결국 제주도 관계자는 며칠 없어서 비상품은 모두 예전처럼 수매를 하는 것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농업인단체에서 정치권으로까지 반발이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일부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당당하고 솔직하지 못한 표현이다. 농심(農心)을 슬쩍 떠 본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자초한 꼴이다.

6월까지는 세부안을 마련한다니 기다려볼 일이지만, 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농협 등 생산자단체에서 나오는 일부 볼멘소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14일 제주도의 회견 내용 가운데 비상품 수매 지원 중단은 처음 듣는다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니 말이다.

그러나 지난달 7일 제주도가 마련한 ‘2차 농정 토크’ 자료에는 이번에 발표한 제주도의 감귤정책이 사실상 모두 소개됐다. ‘감귤산업 구조혁신 5개년 계획안’이라는 주제로 선을 보여 토론도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도내 농협 조합장도 여러 명 참석했다. 결국 행사에만 참석하고 다뤄진 내용은 지역 농업인이나 조합원, 조합장 단체 등에서 논의 한 번 안했다는 얘기가 된다.

한 달 쯤 지난 후 열린 기자회견을 보고 처음 알았다는 생산자단체 대표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농업인들에게 미리 제대로 알리고 여론수렴을 못한 책임을 면하기 위한 군색한 변명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특히 감귤정책은 파급력이 엄청나다. 그래서 각 주체마다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어느 한 쪽으로 무게추가 많이 기울면 정책이 바로 집행되기 어렵다.

생산자단체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보조금에 연연해 을(乙)에 머물러 있어선 생산주체로 당당하게 서는 것은 요원하다.

도정은 ‘갑(甲)질 행정’을 지양하고 귀를 더 많이 열어야 한다. 탁상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

올해 감귤도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소모적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감귤꽃이 지기 전에 생산적 담론을 형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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