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생전 功과 過  여전히 엇갈려
정치인 아닌 국민이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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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盧와 親盧 한달째 ‘내홍’
‘노무현 팔이’식 해석 안타까워
“살아 있었다면 어떤 훈수 뒀을까”

 5월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이 있는 달이다. 2010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는 6주기로 지난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5월의 끝자락을 맞고 있다.

2002년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출마 연설에서 당시 유종근 전북지사가 지은 ‘신국가론’을 인용하며 “신뢰와 협동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제대로 구축하느냐 못하느냐, 그 토대가 되는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 나가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써놨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실려 있어 반가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설을 계속 이어갔다. 격정적이었던 연설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조선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해야 했다. 그 자손들까지도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를 숙이고 외면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다.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가훈(家訓)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데로, 물결치는데로 눈치보며 살아라’였다.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 두어라. 너는 뒤로 빠져라’다.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만이 이젠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해 12월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은 당선됐다. 그는 대통령이 되자 평소 갖고 있는 정치철학으로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 지역균형발전의 구체적 실현인 혁신도시 건설, 국민참여정치 등은 공(功)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과(過)도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여야 정치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국민이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6년, 그와 정치를 했던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시끄럽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하며 참패하자 이른바 비노(非盧)는 친노(親盧)의 수장인 문재인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야당 원로 의원들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벌써 한 달째 내홍을 겪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문 대표는 ‘김상곤 혁신위원장’ 카드를 꺼내들고 사태를 봉합하려 하고 있지만 가시밭길이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노무현 정신’은 없고 ‘노무현’을 팔아가며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안타깝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최근 종편에서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굉장히 복잡하고 그래서 누구를 원망하고, 공격하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언론기고를 통해서는 “고인의 이름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또 그 이름 위에 함부로 올라타지도 말라. 자칫, 그의 이름으로 그를 욕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한번 노무현을 생각하게 하는 5월, 정치권은 시끄럽고 안타깝고 답답한다. 살아 계시다면 어떤 훈수를 둘까? 평생을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우면서도 짐을 내려놓을 때는 과감하게 자신을 버렸던 ‘바보 노무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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