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농협 하나로마트
소규모지만 월 2회 정기휴무
지역상권과 상생 신선한 충격

도내 하나로 연 3000억 매출
매년 공익기금 출연도 좋지만
실질적 상생 역할 고민할 때

얼마 전부터 전남 영암군에 있는 영암농협이 지역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가 지난달 10일부터 자율휴무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은 문을 닫겠다고 선언했다.

영암농협의 하나로마트는 ‘유통상생법’에서 의무휴업 대상으로 정한 대형매장도 아니다. 매장 전체 면적이라고 해봐야 350평 남짓이다. 그러니 자율적인 의무휴업 자체가 관심일 수 밖에 없다.

월 2회 자율휴무를 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상권과의 상생이다. 지난 3· 11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돼 취임한 현 조합장이 농협 하나로마트가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그 동안의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그의 농협운영 방침은 지역주민과 자율적인 상생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나로마트의 정기 휴무를 결정한 것은 단순한 수익사업만을 위한 농협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이익을 환원함으로써 사랑받고 감동을 주는 농협을 만들어 가겠다는 선거공약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그의 결정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암농협은 하나로마트의 월 2회 정기 휴무로 연간 10억원 안팎의 매출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지역이나 상권 규모로 봐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2년전 하나로마트를 확장 이전한 후 연중무휴로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시내 상권에 막대한 타격을 줘 불만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역사회에 감동을 주는 결정으로 농협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수익사업만을 추구하는 농협에서 탈피,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이익을 환원하는 농협으로 변신한 것이다.

주민들도 이 같은 농협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고 한다. 지역상권과 상생의 길을 가는 농협에 더 큰 믿음이 간다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요즘 제주 도민사회에서도 하나로마트의 공격적 마케팅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그 동안 잠복됐던 지역상권과의 갈등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발단은 제주시농협에서 비롯됐다. 노형동에 문을 연 하나로유통센터의 일부 매장이 애초 공언했던 것과 전혀 다른 형태로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주시농협은 제주시당국에 건축허가를 받을 당시 2층 매장은 농산물직판장과 로컬푸드 매장으로 용도를 밝혔다. 유통센터 부지의 용도가 자연녹지여서 법적으로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 결국 제주시 당국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오는 25일부터는 농산물직판장과 로컬푸드 매장으로 운영하겠다고 제주시농협은 꼬리를 내렸다.

지난 2013년 12월 19일 제주시농협은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유통센터 부지는 하나로마트 운영이 불가능해 소상공인들의 우려하는 하나로마트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제주시농협은 도민들에게 한 약속을 뒤집었다. 이유야 어떻든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뒤늦게 지역주민들이 생필품 매장에 대한 요구가 많아서라고 군색한 변명으로 둘러댔다.

도내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41곳에 이른다. 작년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제주시농협이 1000억원을 넘어 최대 규모다. 작은 곳은 30억원 정도에 그친다. 그렇지만 해당 지역상권 규모를 보면 적지 않은 실적이다. 그만큼 지역에선 하나로마트가 상권을 장악하는 셈이다. 하나로마트가 들어서면 주면 골목상권은 상당부분 ‘정리’되기 때문이다.

농협은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선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공익기금으로 공동모금회에 낸 출연액이 10억원을 넘고 개별 농협별로도 공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후생 증진에 기여한다고도 주장한다. 그 말은 다른 유통업체도 할 수 있는 말이다. 도내에서 골목상권과 상생을 위해 정기휴무를 도입한 하나로마트는 아직 없다고 한다.

농협 하나로마트여서 다른 역할을 찾는 데 고민을 더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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