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문화예술자원의 寶庫
천년의 역사와 문화유산 불구
행정조직 부재로 관리·홍보 벅차

제주시 ‘문화관광스포츠국’과 대조
보다 명분과 설득력있는 접근  기대
현 시장의 문예사랑 보여줘야 할 때

현을생 서귀포시장은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다. 40여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익힌 사진 실력은 프로다. 1978년 제주카메라클럽에 입회한 후 전국규모 대회인 제물포사진대전 입상과 제주도미술대전 사진부문 최우수상 수상 등으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제주여인 시리즈'로 3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고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제주카메라클럽의 회장도 역임했다. 현 시장은 제주도미술대전 사진부문 초대작가이기도 하다. 제주의 마을과 여인들,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책도 3권이나 펴냈다. 지난해 6월 제주돌문화공원은 오백장군갤러리 기획전으로 '현을생 - 제주여인들' 사진전을 마련했다. 당시 김지혜 독립큐레이터는 작가 현을생에 대해 "단지 예술가의 눈빛만이 아니라 또 다른 제주여인의 눈빛으로 그들을 지속적으로 바라보았으며, 이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정직하게 카메라에 담아냈다"고 했다. 이어 "그녀의 사진들은 예술가들이 흔히 품을 수 있는 강렬한 이미지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자연의 일부가 된 이들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평했다.

작가 현을생은 지난해 7월 도내 첫 여성시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취임사를 겸한 '시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행복한 도시는 문화가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 뒤 "서귀포시가 문화도시로 괄목하게 성장하고 있다. 더 큰 성장으로 문화예술도시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토피아로를 기본으로 하는 예술의 섬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서귀포예술의전당을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고품격 문화예술 공간으로 육성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찾아가는 문화콘서트, 공연이 있는 거리, 문화예술공연과 축제 등 서귀포시를 명실상부한 품격 높은 문화예술의 도시로 탈바꿈시켜 놓겠다"고 덧붙였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현 시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귀포시는 따뜻한 기후와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유한 최고의 휴양도시이자 문화예술자원의 보고(寶庫)다.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장소도 많다. 이중섭거리와 예술가들의 조형물·부조벽화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유토피아로, 작가의 산책길, 주말마다 펼쳐지는 문화예술시장, 지난해 6월 개관한 서귀포예술의전당 등은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혼인지 등 탐라국 천년의 역사와 독특한 문화유산도 갖고 있다.

지역의 문화예술자원을 잘 지키면서 후손들에게 더욱 더 소중한 자원으로 물려주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행정의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서귀포시 행정조직은 지역의 풍부한 문화예술자원을 관리하고 홍보하기에는 벅차다. 문화와 예술을 전면에 내세운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서귀포시 조직은 안전자치행정국, 주민생활지원국, 경제산업관광국, 환경도시건설국 등 4국 체제다. 각 국 산하에는 6~8개 과가 포진되어 있다. 문화와 예술을 강조하는 현 시장 체제의 문화예술 업무는 주민생활지원국 산하의 문화예술과가 담당하고 있다. 주민생활지원국은 문화예술 외에도 복지위생, 여성가족, 스포츠지원, 도서관 운영, 예술의전당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주민생활지원국장은 서로 다른 업무를 선두 지휘하느라 눈코틀새 없이 바쁘다. 같은 행정시인 제주시가 문화관광스포츠국을 별도로 두고 선택과 집중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행스럽게도 서귀포시가 조직개편과 관련, 업무의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문화예술·관광·스포츠 업무를 총괄하는 문화관광스포츠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제주도의 조직진단 용역에 반영시킨다는 계획이다. 문화예술 도시 서귀포시의 행정조직에 문화예술 업무를 전면에 내세우는 국(局)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이 신설되면 국장은 시 공무원 정원내에서 소화해야 한다. 4급 자체 승진은 5~6급 등의 연쇄 승진으로 이어지면서 인사에도 숨통이 트인다. 문화관광스포국 신설은 명분과 설득력 있는 접근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작가 현 시장의 능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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