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음탕녀 캐릭터 탄생

재벌가 딸과 '캔디', 그도 아니면 악녀로 가득 찼던 안방극장에 낯선 캐릭터가 등장했다.

3일 처음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처녀 귀신 영혼이 옮겨 붙은 나봉선(박보영 분)이 그 주인공이다.  

주눅 든 소녀에서 '음란 마녀'로 급변한 나봉선의 도발적인 행각들을 보고 있자면 낯뜨겁거나 불쾌하기보다는 재미가 상당하다.

독보적인 음탕녀 캐릭터 탄생은 해사한 얼굴로 반전 매력을 선보인 박보영 덕분에 가능했다는 게 많은 이들의 평가다.

'오 나의 귀신님'은 유명 요리사 강선우(조정석)가 운영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주방 보조 나봉선이 귀신에 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양기를 갈구하는 처녀 귀신 신순애(김슬기)가 하필 남정네 손길 한 번 닿아보지 않았을 법한 나봉선의 몸에 들어오면서 촌극이 벌어지게 된다.

신순애가 된 나봉선 앞에는 거칠 것이 없다.

그의 욕정은 단순히 뭇 남성들을 보며 침만 흘리는 정도가 아니다.

주방 홍일점인 나봉선은 예전 같으면 눈도 못 마주치던 남자 요리사의 목덜미와 복근을 노골적으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그의 손을 은근슬쩍 주물럭댄다. 

남자 요리사들의 샤워장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발각된 나봉선이 한참을 끌다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퇴장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눈동자에도 음란함이 가득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빙의 후) 나봉선은 그동안 우리가 TV에서 만나지 못했던 캐릭터다. 

나봉선 캐릭터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주책 맞은 아줌마 느낌도 물씬 풍기면서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여느 드라마에서는 여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데 익숙했던 카메라가 여성의 엉큼한 시선으로 남자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다.

나봉선 캐릭터로 사람들을 제대로 홀린 드라마는 벌써 남다른 반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는 시청률 측면에서도 1회 2.8%(이하 닐슨코리아·유료가구 평균), 2회 2.9%로 만족할만한 성적을 냈다.

나봉선이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은 데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 박보영의 덕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박보영은 드라마 1회에서는 '성냥팔이 소녀'를 떠올리게 하는 안쓰러운 캐릭터를 공감 가게 표현했다.

빙의 전 나봉선은 강선우 같은 요리사를 꿈꾸지만, 현실은 설거지만으로도 힘겨운 주방 보조이자 고시원을 전전하며 사는 불우한 청춘이다.

그 아담한 키와 축 처진 어깨, 길게 드리운 앞머리에 가린 얼굴은 매일 꿈을 꾸지만, 일상에 지친 청춘을 대변하기에 그저 그만이었다.

그랬던 박보영은 2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봉선 색깔을 철저히 지운 채 '음란 마녀'로 탈바꿈했다.

특히 힘없이 버스를 기다리던 나봉선이 빙의 후 신순애로 급변하는 장면에서 박보영의 자연스러운 연기에는 감탄마저 나온다.

이후 욕정으로 반짝이는 눈빛과 조신하지 못한 몸가짐에, 툭하면 '띠기럴'을 외치는 TV 속 박보영을 보고 있자면 빙의 전후 나봉선을 한 배우가 소화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박보영의 장점인 해사하고 아기같은 얼굴과 동그란 눈동자가 '음란 마녀'에 대한 거부감을 무너뜨리는 데 크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그 덕분에 이야기는 선정적으로 흐르지도 않고, 코미디에 매몰되지 않는다.

박보영은 코믹한 연기도 수월히 해내고 있다. 가령 남자를 유혹하려다 실패한 나봉선이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 뒤 "이러니 작업이 먹힐 리가 있나. 빙의를 해도 어떻게 이딴 애한테"라며 투덜댄다든지 하는 식이다.

인터넷에서는 "박보영이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줄 몰랐다"는 반응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박보영은 처녀 귀신의 가슴 아픈 생전 과거가 조금씩 공개되는 3회부터는 더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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