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투입 불구 애물단지 전락
관람객 3년새 10만 등 매년 감소
중국인 하루 2명도 ‘건립 취지’ 무색

‘위·메·서’ 다양한 아이디어 제시
서귀포시는 다시 운영비만 추가
관람객 유인책과는 거리 멀어

“서복공원에 온 방문객 중 26%만이 만족감을 나타냈다. 방문객 중 76%는 전시관 컨텐츠 구성과 특색에 대해 불만족감을 드러냈다. 1시간 이상 체류한 방문객은 15%에 불과했다. 방문객 중 21%만이 다시 찾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서귀포시 8~9급 공무원들로 구성된 ‘위·메·서’ 팀이 진단한 서복공원의 현실이다.

‘위·메·서’는 ‘위 메이크 서귀포(We Make Seogwipo’와 ‘위 메이크 서복(We Make Seobok)에서 따온 말이다. ‘위·메·서’는 서복공원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고 지난 2일 열린 ‘서귀포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미래전략팀(액션러닝) 결과 발표회’에서 3개월 동안 발로 뛴 결과물을 내놓았다. ‘위·메·서’가 이날 발표한 ‘서복전시관 활성화 방안’의 주제 발표는 우수사례로 뽑혔다.

서복공원 내에는 서복전시관이 있다. 서복은 중국 진(秦)나라 때의 방사(方士)로 시황제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일행과 함께 서귀포에 왔다가 정방폭포 암벽에 서불과지(徐市過之)라는 글귀를 새겨 놓고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설화가 있다. 서불(徐市)이 곧 서복이다.

서귀포(西歸浦)라는 명칭도 여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서귀포시는 설화를 토대로 정방폭포 서쪽 암벽 위에 사업비 100억여원을 들여 서복전시관을 짓고 지난 2003년 10월 개관했다. 시는 또 2006년에는 서복전시관 인근에 서복공원을, 2008년에는 중국공원을 조성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서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서복전시관과 공원은 현재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복전시관 관람객은 2011년 13만3391명에서 2012년 9만7122명, 2013년 4만4639명, 2014년 3만5821명으로 해마다 줄었다. 올해는 6월말 현재 1만8155명이 관람했다. 특히 하루 중국인 관광객이 고작 2명인 때도 있어 조성 당시 목적인 ‘중국인 등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무색하게 했다. 시는 2013년부터는 입장료를 유료로 전환했다. 입장료는 500원으로 아주 싸다. 그런데도 서복전시관을 찾는 관람객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애물단지’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젊은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위·메·서’ 팀은 서복전시관 활성화 방안으로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상징물이나 글씨가 담긴 입장권 발매, 서복공원 정문에 스토리 더하기, 장수쉼터 벤치 제작 등을 내놓았다. 건강과 장수 테마를 강화해 관람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제주서복문화국제교류협회도 서복전시관 활성화 방안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주서복문화국제교류협회는 지난 3일 서복전시관 및 협회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경환 지역문화관광연구센터 대표는 “서복전시관은 전문가가 아닌 행정직원이 관리하면서 소프트웨어 운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창의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 생산과 공급을 위해 자율성과 유연성이 보장된 민간위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관람객 동선을 고려해 서복전시관 담장을 허물고 주변의 칠십리음식특화거리와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런 가운데 서귀포시가 2015년도 추가경정예산안에 서복전시관 운영관리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운영관리비는 1억985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추경에 요구한 비용은 영상물 제작·홈페이지 구축·영상장비 교체 등이다. 시설 개선에 쓰겠다는 것으로 관람객 유인책과는 거리가 멀다. 시설을 개선하면 관람객이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시설 개선도 필요하지만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서복전시관 활성화와 관련 “담장부터 철거하자” “민간에 운영을 맡겨보자” 등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젊은 공무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눈길을 끈다. 서귀포시는 그동안 서복전시관 활성화를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지만 소기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현실을 마냥 방치해서는 안된다. 머리를 맞대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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