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회사 대주주는 전직 공안국장 아들

▲ 톈진항 폭발사고 현장(AP=연합뉴스)

지난 12일 중국 톈진(天津)항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사고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17일 사고가 발생한 루이하이(瑞海) 물류회사의 인허가 과정과 유독 화학물질 관리 운영에 상당한 허점이 드러났다면서 기업과 당국의 관리에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나섰다.

중국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루이하이사는 2012년 말 설립 당시만 해도 일반 자재를 보관하는 단순 창고 역할만을 허가받았으나 사고 발생 2달 전인 6월 말에야 부랴부랴 유독 화학물질 취급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취급 허가를 받기 전에도 유독 화학물질을 계속 취급해 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이 회사의 대주주인 둥(董)모씨는 지난해 지병으로 별세한 전직 톈진항 항구 공안국 국장의 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가 어떻게 갑작스럽게 유독 화학물질 취급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회사가 또 위험물 취급 과정에서 상당한 위법 행위를 저지른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회사의 창고 규모를 보면 문제가 된 시안화나트륨의 경우 24t만을 보관할 수 있지만 사고 당시 현장에는 700t의 시안화나트륨을 보관 중이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 회사가 화학물질을 보관하는 과정에서도 거리 확보, 적재 총량 등에 관한 규정을 대거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중국에서는 550㎡가 넘는 유독 화학물질 창고는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나 주거 지역, 도로, 철로, 수로 등으로부터 1㎞ 이내에서 운영되는 게 금지되지만 이 회사의 물류창고는 주거지역에서 6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회사는 외부기관의 안전관리 평가도 유야무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화시보(京華時報)는 이와 관련, "유독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회사는 갑(甲)급 평가기관의 안전평가를 통과해야 함에도 이 회사를 평가한 기관은 을(乙)급 평가기관이었다"면서 부실한 안전검사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외신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소방관들의 초기 대응이 사고의 규모를 키웠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물류창고 화재가 신고되자 소방관들이 물을 뿌렸는데 창고에 적재된 탄화칼슘이 소방용수와 반응해 대량의 폭발가스가 생성됐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석연치 않은 용도 변경을 잘 모르는 소방관들의 오판이 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도 이같은 의혹을 염두에 두고 직권 남용, 직무유기, 법규 위반 등의 직무범죄 혐의를 철저하게 조사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또 중국 언론들은 이 사고 이후 톈진시 당국이 6번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한번도 시장이나 당서기와 같은 책임자는 나오지 않은데다 상당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등 당국의 부실한 언론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지난 12일 발생한 초대형 폭발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지금까지 각각 112명과 95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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