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운영委 긴급간담 갖고
감사위원 추천·가벼운 언행 등
具 의장 전횡·독단에 불만 표출

행정감사·예산안 심의 앞둬
‘네 탓·진실게임’ 양상으로 비화
‘과즉물탄개’의미 되씹어야

제주도의회 역대 의장(議長) 중 구성지 의장처럼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도 드물 것이다. 구 의장은 취임 직후부터 남다른 의욕을 보였다. 그 이면엔 행정과 의정을 두루 알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우직한 성격도 한몫을 했을 터다.

지난해 연말 집행부와의 ‘예산전쟁’에선 전면(前面)에 나섰다. 같은 새누리당 소속 원희룡 지사를 겨냥해서도 거침이 없었다. 어떤 경우 마치 ‘저격수’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당시 필자가 느꼈던 소회는 말을 좀 아끼고 조금은 뒷전에 물러나 ‘중재자(仲裁者)’로서의 역할에 대비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성정 탓인지 구 의장은 늘 ‘공격적’이었다. 덕장이나 지장보다는 용장(勇將)에 가까웠다. 어쩌면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제주도의회 ‘자중지란(自中之亂)’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지난 8일 열린 도의회 운영위 긴급 간담회는 한마디로 구성지 의장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총대는 운영위 소집을 요구한 안창남 문화관광스포츠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이 멨다.

안 위원장은 모두(冒頭) 발언을 통해 “요즘 도의회의 위상이 상당히 실추된 마당에 의회 내부의 운영도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예산 문제와 의회 내부행사 등이 해당 상임위원장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의회가 의장이 독단(獨斷)으로 운영하는 곳이냐, 의원총회 등을 통해 ‘결의’라든가 우리의 요구들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선 감사위원 단독 추천과 최근 공식석상에서 ‘단체장(원희룡 지사) 심판’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구 의장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한 의원은 “전체 의원사업 예산이 없어질 때는 침묵했던 의장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 1억원이 사라졌다고 해서 노인의 날 행사에서 뭐라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도의회 일각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말들이 흘러 나왔다. 지난해 예산 갈등 이후 중심을 잡고 도-의회 사이에서 가교(架橋) 역할을 해야 할 도의장이 가벼운 언행 등으로 사태를 키웠다며 구 의장의 전횡과 독단적 행보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에 구성지 의장이 반격에 나서면서 사태는 ‘네 탓’ 공방과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구 의장은 ‘독단적 행보’를 지적한 안창남 위원장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례를 직접 제시해 줄 것, 그리고 이선화 운영위원장에겐 사실을 왜곡(歪曲)한 저의를 반드시 밝히고 공개적으로 해명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등의 법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의회 내부의 치부(恥部)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구 의장은 감사위원 추천 문제와 관련 이선화·안창남 위원장에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각 2명, 의장 2명 등 6명을 추천한 다음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나가겠다고 사전 설명을 했다는 것. 하지만 이 위원장이 “예전처럼 하십시오. 그래야 나도 한사람 추천할 게 아닙니까”라고 답했다며 속 사정을 까발린 것이다. 참으로 볼썽사나운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의회는 이달 20일부터 행정사무감사에 들어가고, 다음달 중순부터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돌입한다. 도의회로선 자신들의 역량(力量)을 최대한 발휘해 올해 농사를 결산하고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그런데도 작금의 상황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조정은 고사하고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 꼴이니,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심사가 착잡하기 그지 없다.

구성지 도의장은 얼마 전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논어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이 말은, 나의 언사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즉시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달라진 도의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던 말이었다.

정녕 ‘남의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법’인가. 도정의 한 축인 도의회란 한 배를 타고 있는 의장과 의원들의 꼴불견 추태에 한숨만 터져 나온다.

잘 난 선량(選良)님들이여, 맑은 가을 하늘을 우러러 보며 저마다 ‘과즉물탄개’라고 외쳐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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