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적시각’ 김태일 “극장뿐 아니라 집회장소 제주영화 산업 모태 역할”
‘영화적시각’ 김태용 “무성영화를 상영했던 곳 시네마테크 필요성 당연”

제주 최초의 영화관이자, 마지막으로 무성영화가 상영됐던 현대극장.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현대극장은 역사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고, 만약 보존되면 세계적으로도 재조명받기에 충분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제11회 제주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영화제 사전 행사로 '제주영화제 집행위원과의 만남'이 진행됐다. 이날 개막작 '청춘의 십자로' 변사공연 연출자이자 영화감독 김태용씨는 '영화적'인 측면에서, 영화제 집행위원인 김태일 제주대 교수는 '건축학' 측면에서, 현대극장 보존 필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수는 “건축하는 사람이 영화와 무슨 관련이 있겠냐고 묻겠지만, 이 둘은 연결고리가 많다”며 “어느 작품을 보더라도 건축이 배경이 되지 않은게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제주시 삼도동에 위치해있으면서, 제주시가 매입을 추진 중인 현대극장과 관련 “제주 최초의 극장이기도 한 현대극장은 ‘청춘의 십자로’와 관련이 있다”면서 “제주에서는 마지막으로 무성영화가 상영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극장은 ‘극장’ 뿐만 아니라 집회 장소 등으로 쓰이기도 했다”며 “극장 안에는 그 당시 매표소 등이 그대로 보존돼있다. 때문에 제주영화산업의 모태가 되기 충분하고, 역사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와 관련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많은 감독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생기는데, 그들은 과거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극장이 하나둘 씩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며 “무성영화를 상영했던 곳이 지금도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복원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비상업영화를 중심으로 상영되는 ‘시네마테크’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제주에, 시네마테크가 없다는게 놀랍다”며 “상업영화 뿐만 아니라, 비상업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네마테크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세상에는 할리우드 영화만 있는 게 아니”라며 “각 나라, 지역 정서에 맞는 영화가 있다. 교육의 장이 되고, 지역 출신 감독들과 지역주민들의 감성을 터트려줄 만한 시네마테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제주와 관련된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김 감독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주의 곳곳에서,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판타지 영화를 구상 중”이라며 “그리스신화 등은 공부하듯이 읽었다면, 제주 신화는 나와 연결돼 있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