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 ‘삶의 質’
OECD 국가 중 27위
‘사회 연계 지원’ 부문은 꼴찌

경제보다 국민행복 선택한 부탄
가난 불구 ‘幸福지수’ 세계 1위
‘헬조선’ 외치는데도 政爭만…

부자 나라의 국민들은 행복하고,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불행할까?

지난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 삶의 질’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삶의 질(質)은 OECD 국가 중 거의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스스로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0점으로 OECD 평균(6.58점)보다 낮았다. 순위로 치면 전체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였다.

삶의 만족도는 나이가 들수록 떨어졌다. 한국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48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짧았다. 또 15~19세에 학교를 다니지 않고 방치된 비율도 9번째로 높았다. 이에 반해 한국 학생들은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 1위, 읽기능력 2위 등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우수한 학업성취도’이나 ‘과도한 경쟁’이 빚어낸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 혹은 이웃이 있는 지의 척도(尺度)인 ‘사회적 연계(Social Connections)’ 부문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였다. 이는 급속한 가정해체와 고령화로 인해 개인의 삶이 고립(孤立) 파편화되고 있음에도 정부와 사회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국인의 건강 만족도(31위) 또한 갈수록 후퇴하고 안전 만족도 역시 하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정신적인 삶은 피폐(疲弊)하지만 물질적인 토대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조금은 나아진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이번 조사에선 덴마크가 10점 만점에 7.5점을 얻어 또다시 삶의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주관적인 판단 탓인지 몰라도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12위, 일본은 우리보다 한 계단 높은 26위였다.

덴마크는 농업과 IT를 중심으로 경제가 안정된 데다, 무엇보다 직업 간 소득격차가 작다는 점이 강점이다. 고소득자인 변호사의 소득이 판매점원 소득의 약 2배에 지나지 않을 만큼 ‘소득 재분배’가 잘 이뤄져 있는 것은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현실에서의 삶의 만족도, 즉 인간의 행복(幸福)은 결코 경제적 잣대에 의해 서열화되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경제 10위권인 대한민국과 경제적 후진국 부탄의 경우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부탄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의 대명사다. 히말라야 속 은둔의 왕국, 혹은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리기도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약 2000여 달러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부자 나라 덴마크와는 사정이 전혀 다른 부탄이지만 사람들은 빈곤한 가운데서도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인식한다.

혹자는 “우리도 한때 가난한 시절이 있었으나 빈부(貧富) 격차가 그다지 없었기에 행복했었노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이후 한국은 배고픔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오로지 경제성장 외길을 달려왔다. 1인당 국민소득을 단기간에 2만5000달러로 끌어올린 후에도 아직 성장에 목이 마른지 국민들의 삶의 질은 놔둔 채 양적 팽창에만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부탄의 경우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부탄은 일찌감치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을 선택했다.

그리고 행복의 조건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심신의 건강과 환경보호, 고유한 전통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 다양성 등 경제(經濟) 지표 외의 요소들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유럽 신경제재단(NEF)의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부탄은 143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 97%가 자신들은 행복하다고 답한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곳이 바로 부탄인 셈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교과서 국정화(國定化)’로 인해 또 한번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기대했던 경제개혁마저 지지부진하며 젊은이들은 ‘헬(hell) 조선’(지옥과 같은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정쟁(政爭)에만 여념이 없다.

부탄의 행복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들에게 돌려준 뛰어난 지도자(국왕)의 현명한 선택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