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소프트 제주 편집장   문    소    연

때가 때인지라 서너 명 이상만 모이면 꼭 선거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보궐선거에는 유래 없이 많은 ‘예비후보’들이 등장해서였는지 ‘감’ 운운하는 소리가 많았다.

“그 사람, ‘도지사감’은 아니지 않나?”
“그 사람, ‘시장감’이 되나?”

후보들이야 충분히 자신이 있으니 나섰겠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과연 그 자리에 있을만한 재목인지 아닌지를 이미 ‘감’으로 잡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 모임에서였지만, 심지어 어떤 후보를 향해서는 “그 인간은 왜 나왔나 몰라. 지 과거를 아는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 거야, 뭐야.” 하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날 ‘좀 어긋나게 살았던 한 때’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걸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후보입장에서 보면 참 별 걸 다 기억하고 트집 잡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자리가 그만큼 별스런 자리다. 50만 도민과 30만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는 무겁고도 어려운 자리.

“선거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걸 왜 그렇게들 하려고 애쓰는지 모르겠어. 돈 들고, 궂은소리 안 들으면 다행이고, 꼭 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러게 말이다. 그 돈으로 불우이웃 돕는 일 하면 칭찬 듣고 존경받을 텐데…”
“난 그 돈 주면서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아. 후보는커녕 후보부인도 못하지. 그거 보통 일 아니더라.”

“그러지들 마라. 그러다 아무도 안 나서면 우리 제주도 어찌하라고?”
“뭐가 걱정이야? 부지사, 부시장이 알아서 잘 할 텐데(이 말을 하는 친구의 표정은 참 냉소적이다).”

“그나저나 2년 뒤에 또 해야 할 거 아냐. 어쩌다 맨 날 선거만 하게 됐냐?”
“그러게 애당초 잘 뽑았어야지.”
“내가 뽑았나? 다수가 뽑았지.”

“그래, 맞다. 결국 다수의 제주도민이 뽑은 것이고, 그게 제주의 운명인 것을…. 누굴 탓하리.”
단체장의 됨됨이와 마인드에 따라, 그 단체장의 도정과 시정 운영능력에 따라, 제주의 오늘과 내일이 결정지어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럴만한 ‘감’이 뽑혀야 하는 것인데, 그 ‘감’이 반드시 ‘다수’에게 뽑히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결과는 다수의 표심에 달린 것이니, 어찌 제주의 운명을 얘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수의 표심, 곧 제주도민에 의해 뽑힌 당선자가,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반드시 ‘감’이어서라거나 후보자 가운데 가장 잘났다거나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선자가 어떤 인물이든 간에 그 사람이 선택되는 데는 제주의 운명과 연관된 무슨 이유가 있지 싶다. 이번엔 척척 앞으로 나아가라든가, 뒤로 팍 쳐져서 더 고생해보라든가, 좀 더디 가라든가, 하기 위해서라는.

이번에는 어찌 될까. ‘감’과 표심의 결과가 제대로 맞아떨어져줄까? 제발 그리 돼서 고생 좀 그만 하고 앞으로 척척 나아갔으면 좋겠지만, 또 어찌되라는 것인지 제주의 운명을 알 수가 있나.

누구인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당선자. 과연 그가 ‘감’인지 아닌지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적어도 자신을 선택한 제주의 운명을 책임질만한 그릇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운명은 움직이는 것이고 개척하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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